십 년 전 홋카이도를 여행하던 우리는 삿포로 대학교로 들어섰다. 세 가지 볼 일이 있었다. 우선 학창 시절 어른들로부터 귀가 따갑게 듣던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의 인물 클라크 박사의 동상을 보았다. 두 번째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포플러 가로수길을 걷는 일이었다. "포플러 이파리는 작은 손바닥"이라는 노래 가사만으로 나무를 찾으려니 쉽지 않았다. 우리는 이 나무 앞에도 가보고 저 나무 앞에도 가서 이파리 모양을 살폈다. 어렵사리 찾아낸 그 길 앞에서 우리는 말을 잃었다. 소년이여,>
키 큰 포플러 나무들이 양쪽으로 늘어선 가로수길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남은 한 가지,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이 대학 식당의 음식맛은 유명했다. 자율식당 분위기의 식당에서 먹었던 달걀말이 맛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집을 떠나 W시에 머무는 동안 곧잘 한 대학의 학생식당에서 요기를 해결했다. 한번 맛을 본 큰애는 맛있다며 번거롭게 맛집까지 갈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다.
밖에서는 꿈꿀 수 없는 이천원 대의 저렴한 가격이었지만 하루 세끼를 먹는 일은 고역이었다. 밥을 꼭꼭 씹으면서 생각했다. 대학이란 정신을 살찌우는 곳이다. 그렇다면 육체를 살찌우는 일도 맡아주면 어떨까. 학생식당에서 그 대학의 경쟁력이 시작될 수도 있다. 이곳을 지나던 여행자가 소문을 듣고 찾아올 수도 있을 테니.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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