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을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뜨겁다. 논란의 핵심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이다. 올해 1조1,000억원인 4대강 사업 예산은 8조6,000억원으로 늘어난다. 그 규모가 워낙 커서 예산 총액을 늘리지 않으면 다른 분야 예산을 깎을 수밖에 없다.
야당이 부처별 예산 요구안을 분석한 것에 따르면 보건ㆍ복지, 중소기업 지원 등 민생관련 예산과 도로ㆍ철도 건설 예산이 8.6%나 줄게 된다. 기초생활보장 지출은 올해 추경예산보다 2,589억원 줄었다. 도로ㆍ철도 예산은 14조6,000억원에서 10조원으로 깎였다. 서민주택 예산도 40%가 줄었다.
이렇다 보니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나라 살림 형편을 고려해 4대강 예산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예결위원장을 지낸 이한구 의원은 "재정적자가 51조원인데 이런 식으로 몇 년 더 가면 재정이 파탄 난다"고 경고했다. 남경필 의원도 "4대강 사업에 동의하지만 국민적 공감대와 예산 조정이 필요하다"며 "재정투입을 확대하면서 감세도 하고 4대강 사업도 하는 '3마리 토끼잡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4대강 사업때문에 지역발전 사업이 위축된다고 불만이다.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과 녹색성장을 위해 4대강 사업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곳간에 여유가 있으면 예산을 더 늘려도 누가 반대하겠는가. 하지만 감세 정책과 경기회복의 지연으로 내년 세수 전망은 아주 불투명하다. 법인세와 소득세 추가 감세에 따른 세수 감소만 13조2,400억원에 달한다. 경기부양책으로 재정적자가 늘어나 재정 건전성에도 신경 써야 할 때다.
이런 형편에 4대강 예산을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복지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축소를 우려하는 이유다. 정부는 민생 예산을 줄이지 않는다지만, 구체적 재원마련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4대강 사업에 예산을 몰아주려 한다는 의혹과 불만을 해소하려면 분야별 균형예산 확보에 힘 쓰는 동시에 나라 살림을 투명하게 꾸려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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