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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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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입력
2009.08.13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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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정의하는 말 중에 '호모 루덴스'는 '놀이하는 인간'이란 뜻이다. 인류학자 호이징가에 따르면 놀이는 문화보다 오래됐다. 사람은 식욕과 수면욕 등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면 놀이를 찾기 마련이다. 중국과 동남아 지역의 거센 한류 열풍도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놀이를 추구한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연예계 소송 싸움은 치명적

최근 눈길을 끈 연예계 뉴스가 있다. 10대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 멤버 3명이 소속 기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무효를 주장하며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전속기간이 13년으로 지나치게 길다는 것이 핵심이다. 연예인 전속계약이 문제된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연예인들은 장기간 전속계약을 노예계약이라고 주장하고, 소속사는 스타 한명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도와 막대한 투자를 하기 때문에, 해당 계약 하나만을 봐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저마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법적 분쟁이 없을 수 없다. 갈수록 파이가 커지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하고 있는 연예인 표준계약서를 통해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겠지만, 개별 연예인의 상황과 활동 영역, 기획사의 규모와 시장상황 등 고려할 요소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분쟁 발생을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게 된다.

연예산업의 분쟁은 일반 분쟁과 다른 몇 가지 특성이 있다. 먼저 시기에 매우 민감하다. 영화 개봉이나 음반 출시, 공연과 출판 등은 새해 또는 여름 휴가철 등 특정 시점을 겨냥하여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신속한 판단이 필요하다. 나아가 연예인의 활동기간은 다른 분야와 직종에 비해 매우 짧다. 보통의 재판 같으면 1심, 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가는 경우도 있으나 활동기간이 길어야 10년 안팎인 대다수 연예인이 송사로 4~5년을 허비하다 보면 승소하더라도 실제로 얻는 이득은 별로 없다.

특히 몇 년을 송사로 얼굴 붉히며 다투다 보면 서로 감정 대립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문제는 연예 기획사와 방송사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숫자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미래를 새롭게 도모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엔터테인먼트 분쟁에서는 소송과 가처분 같은 재판 절차보다는 조정이나 중재와 같은 '소송외 분쟁해결수단(ADR)'을 선호한다.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엔터테인먼트 분쟁을 재판을 통하지 않고 해결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헐리웃에서 소송이 사라질 날이 머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제도가 있다. 각급 법원에 조정위원회 또는 조정 센터가 설치돼 있어 전문가에 의한 조정이 이뤄진다. 대한상사중재원이나 저작권위원회도 관련 분쟁을 중재 또는 조정하고 있다. 시간과 비용이 절감될 뿐만 아니라 비밀이 보장되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이들 제도를 이용하는 비율이 낮은데 있다.

조정ㆍ중재 활성화 기대

이미 해체된 그룹 아바(ABBA)와 멤버 일부가 사망한 비틀스 라고 법적 분쟁이 없었겠는가. 그러나 이들 그룹은 지금도 여전히 전세계 팬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영화 뮤지컬 등의 새로운 파생상품을 만들어 끊임없이 부를 창출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소송을 거치지 않는 분쟁해결 관행이 있다. 우리도 엔터테인먼트 분쟁에서 시비와 곡직을 가리는 소송제도보다는 미래의 새로운 연합을 생각하는 조정과 중재 제도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왜냐하면 쇼는 계속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The show must go on.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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