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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기자의 패션파일] 강진영 없는 '오브제 강진영',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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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기자의 패션파일] 강진영 없는 '오브제 강진영', 미래는?

입력
2009.08.13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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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네트웍스(대표 이창규)와 여성복업체 오브제의 오너이자 디자이너였던 강진영씨가 끝내 결별했다. 글로벌 브랜드 육성이란 목표 아래 대기업과 패션전문업체가 손잡은 우호적 인수합병으로 화제를 모은 지 불과 1년 반 만이다.

최근 기자와 연락이 닿은 강씨는 "1월 초 이미 SK네트웍스에 오브제뉴욕의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으며 지난달 관계를 청산했다"고 말했다. "오브제 강진영은 물론, 오즈세컨 와이앤이 하니와이 등 모든 브랜드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당분간 패션 비즈니스에서 떠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강씨는 9월부터 미국 코넬대에서 어패럴 디자인 박사 과정을 밟는다.

SK네트웍스와 강씨의 갈등은 글로벌화를 둘러싼 브랜드 창시자와 경영권자의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인수합병 당시 양측은 주력 브랜드 오브제 강진영의 글로벌화를 목표로 경영은 SK네트웍스가 하되 디자인은 강씨가 오브제뉴욕 대표 자격으로 계속 맡는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4월 회사가 강씨 및 부인 윤한희씨가 미국에서 출시한 브랜드 와이앤케이의 뉴욕컬렉션을 중단하면서 내부 갈등설이 흘러나왔다. 강씨는 "모든 자원과 역량을 오브제 강진영에 집중하기 위해 와이앤케이 컬렉션을 접는 등 희생을 감수했지만 회사는 달랐다"며 "경기 침체를 이유로 글로벌화를 위한 투자나 약속했던 계획들이 계속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SK네트웍스에 인수된 후 오브제 강진영이 주요 백화점에서 매장 위치가 바뀌고 규모가 축소면서 매출이 하락하는 등 브랜드 위상이 크게 떨어진 것도 결별의 한 이유라고 밝혔다.

반면 SK네트웍스는 "인수 직후 브랜드가 흔들리긴 했지만 최근 회복세이고 중장기 계획을 갖고 있다"며 "강씨가 학업을 원해 잠시 휴식을 갖는 것일 뿐 아직 결별을 말할 때는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달 초 2009 가을겨울 신제품 광고캠페인을 이미 시작한 회사로서는 디자이너 캐릭터에 크게 의존하는 브랜드 특성상 '강진영 없는 오브제 강진영'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패션업계에서 잘 나가던 디자이너 브랜드가 거대 패션기업에 인수합병되면서 망가지는 사례는 꽤 흔하다. 1990년대 미니멀리즘 트렌드를 주도했던 '질 샌더'가 대표적이다. 1999년 프라다그룹이 지분 75%를 매입했고 질 샌더는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로 남았지만 결국 2000년 회사 경영진과의 불화로 자기 이름을 건 브랜드에서 떠나야 했다.

이후 한 차례 복귀와 탈퇴를 반복하면서 질 샌더 없는 질 샌더는 잊혀진 브랜드가 됐다. 패션계에서는 91년 탄생이래 토종 캐릭터여성복의 대명사로 군림하던 오브제 강진영이 같은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SK네트웍스의 패션 브랜드 운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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