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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중앙은행 '출구' 쪽으로 시선 기웃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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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중앙은행 '출구' 쪽으로 시선 기웃기웃

입력
2009.08.13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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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중앙은행들이 '출구'쪽으로 몸을 돌리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출구전략의 칼은 뽑지 않았지만, 적어도 출구 쪽으로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출구정책의 핵심인 금리인상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그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유동성 공급은 서서히 줄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1일(현지시간) 이틀간의 회의를 마치면서, 0~0.25%인 기준금리(제로금리)를 동결키로 결정했다. FOMC는 성명을 통해 "경제여건으로 볼 때 상당기간에 걸쳐 예외적으로 낮은 금리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 당분간 금리를 올릴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3,000억달러 규모의 장기 국채 매입 작업을 10월 말까지는 완료하겠다고 밝혀, 무제한 통화공급정책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즉, 금리인상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양적 완화' 정책은 점차 철회하겠다는 뜻이다. 손성원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통화정책 결정자들이 지난해 말에 했던 심각한 경제침체에 대한 우려를 더는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면서 "중앙은행(Fed)의 정책에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까지 유동성 공급에 전력을 다해왔던 유럽중앙은행(ECB)도 서서히 입장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AFP 통신은 11일 ECB가 과잉 유동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ECB는 "유동성에서 과잉불균형이 발생하고 있어 미세조정을 통해 자금을 흡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의 Fed처럼 ECB 역시 금리를 올리지는 않지만, 양적 완화 정책의 강도는 서서히 줄여가고 있는 셈이다. 한편, 독일과 프랑스의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전 분기 대비 0.3%의 성장을 기록했다고 BBC 등 외신이 13일 보도했다. 이런 성장세는 전문가들의 전망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유럽이 곧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중국 역시 상반기에 급격히 늘렸던 대출을 최근 들어 조이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중국 은행권의 7월 신규 대출액은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적은 총 3,559억위안(약 65조원)으로 전달(1조5,300억위안)보다 77%나 감소했다. 주식과 부동산, 원자재 사재기 등 비생산적 부문에 유동성이 흘러 들어가며 자산 거품을 일으키자 다시 대출을 조이기 시작한 것. 차오 헬렌 골드만삭스 분석가는 파이낸셜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비공식적인' 출구전략을 시도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출구전략이라 할 수 있는) 긴축 통화정책으로의 선회는 4분기께 공식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는 인도나 호주는 벌써부터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두부리 수바라오 인도중앙은행(RBI) 총재는 최근 기준금리를 4.75%에서 동결했지만, 내년 3월 물가 상승률이 5%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글렌 스티븐스 호주중앙은행(RBA) 총재는 최근 "경기가 지속 가능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신호가 포착된다면 일정 시점에 통화 정책을 중립으로 수정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당분간 저금리정책은 유지하겠지만, 넓은 의미의 출구전략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뜻을 피력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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