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알프스의 치마 오베스타 북벽 초등 등 세계의 등반사에 많은 업적을 남긴 이탈리아의 유명 산악인 리카르도 카신이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카신이 설립한 등산장비 회사인 '카신Srl'은 그가 알프스 기슭에 위치한 피아니 레시넬리에의 자택에서 지난 6일 숨을 거뒀다고 12일 밝혔다. 회사측은 성명에서 "카신은 우리에게 수많은 가치와 꿈과 등정을 남겨놓았고 계속 우리를 이끌어줄 것"이라고 애도했다.
하지만 회사는 카신의 정확한 사망원인은 발표하지 않았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일제히 "등산을 19세기의 낭만스런 도전에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스포츠로 전환시키는 데 기여한 인물이었다"고 추모했다.
1909년 1월 이탈리아 산 비토 타글리아멘토 마을 북동부에서 태어난 카신은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 12세 때 대장간에 취직, 대장장이로 일찌감치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휴일을 이용해 친구들과 레세고네 산 등 근처의 산들을 오르며 60여년 지속된 산과의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자신의 장비를 직접 만들어 산에 올라 '대장장이 카신'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던 그는 거의 직등에 가까운 루트를 뚫는 과감한 등반스타일로 유명했다.
그는 1961년 당시만 해도 오를 수 없는 산으로 평가되었던 북미대륙의 최고봉(해발 6,194m)인 알래스카의 매킨리봉 남벽 정상을 정복했다. 심한 동상을 입고 정상에 오른 카신과 5명의 동료에게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전문을 보내 축하했고, 이 위압적인 매킨리 봉오리는 이후 카신의 이름을 따 불리게 됐다.
팔순을 앞둔 1980년대 중반까지 산을 탄 카신은 총 2,500여 회의 등반기록을 남겼고 전인미답의 산에 오른 기록만 100여개에 이른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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