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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어디가 중도며 어째서 변혁인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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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어디가 중도며 어째서 변혁인가' 출간

입력
2009.08.11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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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식 통일, 시민참여형 통일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어려움이 많지만 중단 없이 전진하고 있습니다."

백낙청(71) 서울대 명예교수가 고착 상태에 빠진 남북 문제와 민주주의 위기 해결을 위해 '변혁적 중도주의'를 제안하고 나섰다. 백 교수는 자신의 네 번째 사회평론집 <어디가 중도며 어째서 변혁인가> (창비 발행)를 출간하며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허한 급진노선, 안이한 개혁노선을 배격하고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가 연대해 변혁의 길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중도' 개념이 정치적 목적에 의해 혼용 또는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백 교수는 '변혁적'이라는 성격 규정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변혁에 대한 구상 없이 그때그때의 형세를 봐서 중간으로 이동하는 중도주의는 현실 정치의 마케팅 전략에 불과하다"며 "중도세력의 통합은 남한 사회, 나아가 분단체제의 근본적 변혁을 위한 방법론"이라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변혁적 중도주의가 가능한 근거를 "광주민주화항쟁이나 6월항쟁 같은 사회변혁도 있었지만 이후 (우리 사회에) 폭력적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개혁 작업을 진행한 경험이 축적, 중도적 통합과 변혁이 함께 추진될 기반이 마련됐다"는 상황 인식에서 찾았다.

그는 수구적 세력의 강경한 반북주의와 함께 북한의 존재를 무시하고 남한의 발전만을 꿈꾸는 진보세력을 모두 지양하는, 실천적 이념으로서 변혁적 중도주의를 역설했다.

이번 책에서 백 교수는 자신의 지론인 '시민참여형 통일운동'의 필요성과 실천 논리를 심화시키고 있다. 베트남이나 독일 등과 달리 시민들이 오랜 기간 통일 과정에 참여하며 영향을 미쳐온 것을 한국 통일운동의 특징으로 보는 그는 6ㆍ15공동선언에서 '남의 연합제와 북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상호 인정'(제2항)함으로써 생겨난 모호한 공간을 '시민 참여의 공간'으로 인식한다.

백 교수는 특히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촉발된 3차 북핵위기를 '남한발' 위기로 규정, "나설 의지와 능력이 부족한 현 정부 대신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 2차 북핵위기가 북미 갈등이 주된 요인이었고 남한의 중재로 위기를 모면한 반면 3차 위기는 남북 갈등이 상황을 선도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분단체제가 다시 강화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요동치는 고장 상태가 심화하고 있다. 정부만 나서서 풀기엔 남북 관계가 너무 꼬여 있기 때문에 시민사회의 참여가 더욱 절실하다"고 말했다.

시민운동이 통일이라는 과제를 외면한 채 분단체제 내 운동으로 전개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백 교수는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분단체제가 남북한 각계에서 성차별을 어떻게 심화시키는지 성찰하지 않는 여성운동, 분단에 대한 고찰 없이 동성애자와 이주노동자 등 소수자 권익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전체성을 갖기 어렵다"며 시민운동 진영이 '한반도적 시각'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백 교수는 민주주의의 역행과 남북관계의 폐색이라는 두 위기를 서로 맞물려 진행 중인 현상으로 이해했다. "국민적 저항에 부딪힌 정권은 자연히 수구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다가, 민심이 떠나면 북한과의 대결을 통해서라도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유혹에 빠지게 마련"이라는 분석이다. 백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반민주적ㆍ반민생적 정책을 계속하는 한, 결국 남북문제 해결도 요원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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