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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봉황대기 우승 이정훈감독, 원조 악바리 어디갑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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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봉황대기 우승 이정훈감독, 원조 악바리 어디갑니까

입력
2009.08.11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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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타격왕 출신의 이정훈(46) 천안북일고 감독은 사령탑 데뷔 첫해인 올해 고교야구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북일고는 봄철에 열렸던 황금사자기와 청룡기에서 잇달아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원조 악바리'는 결코 2등에 만족할 수 없었다.

이 감독은 6, 7월에 열렸던 대회를 제쳐놓은 대신 8월 봉황대기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리고 10일 수원구장서 막을 내린 제39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강호 광주일고를 5-1로 누르고 우승컵을 품었다. 팀으로는 통산 5번째 봉황대기 우승이다.

■ 악바리 선수에서 악바리 감독으로

프로야구가 30년 가까이 되는 동안 악바리라는 별명을 얻었던 선수들이 몇 명 있었다. 그 중에서도 '원조'를 꼽으라면 단연 '빙그레 이정훈'이다. 왜소한 체격(171㎝) 탓에 연고구단 삼성의 지명을 받지 못했던 이정훈은 빙그레 유니폼을 입어야 했다.

이정훈은 살아 남기 위해 독하게 야구했다. 그 결과 이정훈은 데뷔 첫해였던 1987년 3할3푼5리 4홈런 34타점 20도루로 신인왕에 올랐다. 이후로도 그는 타격왕도 두 차례(1991, 1992년)나 거머쥐었고, 골든 글러브도 4번(1988, 1990, 1991, 1992년)이나 끼었다. 프로 11년 통산 성적은 타율 2할9푼9리 66홈런 353타점 151도루.

북일고는 매일 밤 12시에 훈련을 마친다. 선수들은 봉황대기 우승의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12일 오후 7시에 숙소에서 모인다. "소집 1시간 후인 8시부터 12시까지 4시간 동안 야간훈련을 합니다." 그 감독의 그 제자들이었다.

■ 감독 아닌 머슴

이 감독의 취침시간은 빨라야 새벽 1시. 밤 12시까지 선수들과 씨름하고 나면 몸은 녹초가 되지만 곧바로 잠을 청할 수 없다. 훈련 성과를 정리하고, 다음날 훈련 스케줄 짜다 보면 1시를 넘기는 것은 예삿일이다. "고교 감독은 머슴입니다. 선수 가르쳐야지요, 진학시켜야지요, 인성교육도 해야지요. 하지만 그 속에서 정말 많은 걸 배웁니다. 언젠가 프로로 돌아간다면 지금 이 시간들이 보약이 될 겁니다."

■ 내 생애 최고의 우승

이 감독은 현역(빙그레) 시절 준우승만 4번 했다. 99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의 기쁨을 맛봤지만, 코치 신분이었다. 이 감독은 올해도 두 번이나 준우승에 머물렀다. "우승에 실패하고 나서 코치들과 밤새 술 마시며 울었습니다. 선수들에게 상처만 준 것 같아서 정말 미안했고요."

이 감독은 봉황대기 우승이 "내 생애 최고의 우승"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99년 한화 코치 이후 10년 만의 우승입니다. 앞선 대회에서 두 번이나 준우승에 그쳤기에 이번 우승이 더욱 감격스럽습니다."

■ 욕심 많은 악바리

이 감독은 스스로를 '욕심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올해 남은 대회는 그 동안 출전기회가 적었던 3학년과 1, 2학년 위주로 운영할 생각이다. 또 프로구단의 드래프트(17일)가 끝나고 나면 입단 예정 선수들을 상대로 '특별과외'도 시킬 계획이다. "프로에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밥은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감독의 머리 속은 벌써부터 내년 구상으로 가득하다. 이미 가을과 겨울 훈련 스케줄까지 잡혀 있다. "봉황대기는 제게 감독으로 첫 우승기를 안겨준 대회 아닙니까? 내년에도 봉황대기에 전력을 다할 겁니다. 2연패 한 번 해보렵니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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