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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프로그램으로 도시 손님맞이 바쁜 영주 '소백산 단산포도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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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프로그램으로 도시 손님맞이 바쁜 영주 '소백산 단산포도마을'

입력
2009.08.11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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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만이 아니라, 농심(農心)이 밴 농촌을 팔아라."

경북 영주시 단산면 소백산단산포도마을이 내건 모토다. "땅 파먹고 사는 재주"밖에 없던 농민들에게, 잘 살려거든 그 재주에 마음을 담고 그 땅에 정을 불어넣으라는 이 주문(注文)은, 실제 이 보잘 것 없던 마을에 도시인들의 발길을 불러들이는 주문(呪文)이 되고 있다.

소백산국립공원 동남쪽에 자리한 단산면은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인삼 연작 피해와 사과나무의 노쇠화 등으로 형편이 좋지 않았다. 이렇다 할 문화재도 없어 인근 소수서원과 부석사에 들른 외지인들이 국도를 따라 차 타고 휑 하니 지나는 통로일 뿐이었다.

이곳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것은 포도다. 농민들은 92년께부터 여러 해 연작하면 땅 기운이 쇠해 몇 년을 쉬어야 하는 인삼 대신 포도 재배로 눈을 돌렸다. 대체작목 선택은 적중해 당도가 뛰어난 대표적 포도산지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행정안전부 주관 농어촌 지원사업의 하나인 '정보화마을' 지정은 단산면의 비상에 날개를 달아줬다. 정보화마을에는 포도농가를 중심으로 100여 농가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단곡리 옥대리를 비롯한 크고 작은 마을들이 '단산포도마을'이란 브랜드의 수혜를 받고 있다.

단산포도마을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촌두부 만들기, 포도 따기, 고구마 캐기 등 다양한 농촌체험 프로그램. 여느 농촌이 다 하고 있는 행사지만, 단산마을엔 좀 특별한 데가 있다. 체험 프로그램을 당장 돈벌이로 여기기보다 도시민들과의 소통의 장으로 활용해 돈독한 믿음을 쌓고 이를 장기적 직거래 구축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 것. 말 그대로 "농심(農心)이 밴 농촌을 팔아"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10일 오전 단산면 옛 단산초등학교 운동장. 마을 주민들이 운동장에 솥을 걸고 천막을 치는가 하면, 한 켠의 정자에 맷돌을 갖다 놓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촌두부 만들기 체험 준비였다. 잠시 후 40여명을 태운 관광버스가 도착했다. 경기 부천에서 온 가족단위 관광객들은 전날 인근 소수서원 옆 선비촌에서 하루를 묵고 귀갓길에 이곳에 들렀다.

어린이들은 처음 보는 맷돌을 하나씩 꿰차고 앉아 불린 콩을 넣고 돌리기에 바빴다. 이런 광경을 지켜보는 부모들은 옛 추억이라도 떠올리는지 입가에 미소가 피었다. 거품처럼 부글부글 흘러 내리는 콩국물을 바라보며 아이들은 "재미있다. 다음에 또 오자"며 재잘댔다.

이렇게 만든 콩국물을 이 마을 할머니가 솥에 끓여 비지를 제거한 뒤 두부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이, 체험객들은 미리 준비해둔 촌두부로 맛난 점심을 들었다. 오모(37)씨는 "초등생 남매를 데리고 왔는데, 아이들이 이번 겨울방학 때는 아빠와 같이 다시 오자고 한다"면서 "농민들의 정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런 체험 프로그램은 1년 내내 계속된다. 봄 냉이 캐기로 시작해 사과 꽃 따주기, 사과 및 포도 열매 솎기, 물고기 잡기, 사과 따기, 고구마 캐기, 포도 따기 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포도 맛이 가장 좋은 9월10일께부터 시작하는 '나만의 와인 만들기' 체험은 인기 최고다. 체험객이 만든 와인은 마을 창고에서 발효ㆍ숙성시킨 뒤 성탄절 직전에 택배로 보내준다.

정보화마을 김해수 위원장은 "정보화마을 홈페이지를 통해 온 체험객이 지난해 1,500여명이었고 올해는 사과ㆍ포도 수확체험 예약자만 500명에 달해 2,000명을 넘을 전망"이라면서 "직접 개별농가를 찾은 체험객을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말농장도 인기다. 이 마을 주말농장의 원조격인 꼭지농장(대표 이각지)에서만 100여 가족에게 230여 그루의 사과나무를 그루당 10만∼15만원에 분양했다. 꽃필 무렵부터 주말에 농장을 찾아 꽃을 따거나 열매를 솎는 등 관리를 하는데, 가을에 수확한 사과는 농가 저온창고에 무료로 보관해 주기도 한다. 포도나무 한 그루 분양가는 6만원.

수확량이 사과 30㎏, 포도 15㎏을 밑돌면 농장주가 모자라는 만큼 채워주기 때문에 프로그램 자체는 적자에 가깝다. 하지만 "이 과정에 얻는 소비자의 신뢰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고 직거래를 통한 유통비용 절감이라는 실리도 크다"는 게 남호득 체험팀장의 말이다.

실제로 연간 60억∼70억원으로 추산되는 단산면의 연간 포도생산액 가운데 70% 가량이 온ㆍ오프라인 직거래로 이뤄진다.

김 위원장은 "농민이 생산비와 적정이윤을 포함해 가격을 결정할 수 있어야 농촌이 살 수 있는데 농촌체험 프로그램이 그 촉매제 역할을 하는 셈"이라면서 "정보화마을 회원 중에 억대 농가만 10여 가구에 이르며 수 년 내에 회원 50%가 억대클럽에 가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영주=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이용호기자 ly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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