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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회장 방북 일정 연장/ 남북 '1년여 반목' 나흘만에 풀까…접점찾기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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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회장 방북 일정 연장/ 남북 '1년여 반목' 나흘만에 풀까…접점찾기 분수령

입력
2009.08.11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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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이틀째 동선은 11일 오후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밤 늦게 체류 일정이 하루 연장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대아산과 통일부는 술렁였다. 물론 현 회장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면담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현 회장이 2005년과 2007년 방북했을 때에도 귀환 하루 전날 면담이 성사됐었기 때문이다. 북측이 김 위원장의 경호와 보안 문제를 의식해 면담 일정을 하루 미뤘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또 남한 정부의 관심을 의식한 행보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1998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의 면담 때에도 체류 일정을 하루 연장한 바 있다.

10일 오후 평양에 도착한 현 회장 일행은 시 외곽 백화원초대소에 여장을 푼 것으로 전해졌다. 백화원은 북한을 방문하는 국빈급 인사들이 머무는 고급 시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을 때나 임동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등이 특사 자격으로 평양에 갔을 때도 숙소는 역시 백화원이었다. 현 회장 방북의 비중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에 김위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되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측 인사로는 처음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것이다. 현 회장을 통해 남북 정상 간의 간접적인 의사소통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면담의 주요 의제는 일단 3월 30일 이후 북한에 억류 중인 개성공단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석방 문제다. 북측은 그 동안 유씨에 대해 북 체제 비방, 여 종업원 탈북 책동 등의 혐의를 두었고, "(남측 당국이) 현대아산 직원의 모자를 쓰고 들어와 적대행위를 일삼았다"며 간첩설도 제기한 바 있다. 따라서 그를 쉽게 풀어줄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현 회장이 "인도적 차원에서 유씨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김 위원장이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북측은 유씨를 추방하면서 '조사를 마치고 돌려보내는 인도적 배려를 했다'고 선전할 수 있고 남측은 유씨를 데려오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지난해 7월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는 난제다. 일단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킨 것은 남측 정부다. 통일부는 당시 북측의 사과, 재발방지 보장, 현장 조사 등을 요구한 바 있다. 북한 입장에선 달러 박스인 금강산 관광을 완전히 접기는 아쉬운 처지다. 김 위원장이 현 회장에게 박씨 사망에 대해 간접적으로 유감을 표시하고, 배석한 측근에게 사후 대책 마련을 지시할 가능성이 있다. 현 회장이 이런 대화록을 정부에 전달하는 방식을 택하면 북의 체면이 손상되지 않고, 남측도 남북관계 개선의 명분을 확보하게 된다.

면담에선 이밖에 개성공단 임금 및 토지임대료 협상, 800연안호 선원 석방 문제 등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현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나 구두 메시지는 휴대하지 않았지만 방북 전에 정부와 긴밀히 협의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이 민간인 신분이긴 하나 사실상 정부의 비공식 특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책임은 덜되 남북관계 개선 여부 타진이라는 실리는 챙기겠다는 정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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