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 중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일정이 하루 연장됐다. 현 회장은 그러나 11일 오후까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면담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오후 10시께 평양에서 현 회장 일행의 평양 체류 일정이 하루 연장됐다는 연락이 왔다"며 "체류 일정 연장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통보가 없었다"고 밝혔다. 통일부도 이날 밤 현대측으로부터 같은 내용을 통보 받았다.
현 회장의 체류 일정 연장은 이날 김 위원장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12일 오후나 13일 오전 김 위원장을 면담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 회장은 2005년과 2007년 방북 때에도 복귀 하루 전날 김 위원장을 만났다.
한편 이날로 북한 억류 135일째를 맞는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는 석방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북 소식통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미국 여기자 2명이 함께 비행기에 탔던 것처럼, 유씨도 석방돼 13일 남쪽으로 귀환하는 현 회장과 함께 서울로 돌아오는 모양이 연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측은 유씨를 추방 형식으로 풀어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0일 오후 평양에 도착한 현 회장 일행은 국빈용 숙소인 백화원초대소에 여장을 풀었다. 정부 관계자는 "현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나 구두 메시지는 갖고 가지 않았다"면서도 "그가 방북 직전 남북 관계를 복원하는 방안 등에 대해 통일부 등과 긴밀히 협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현 회장은 정부와의 협의를 거친 남북관계 개선 메시지를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 현 회장이 비록 민간인 신분으로 방북했지만 사실상 비공식 정부 특사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 회장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될 경우 북한에 유씨 석방 요청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 등을 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800연안호 선원 4명 석방, 개성공단 운영 정상화,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 타진 등 남북 현안 전반에 대한 이 대통령의 메시지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남북 당국 간에 간접적인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셈이다.
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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