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기준금리를 2.00%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6개월 연속 동결이다. 성장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물가는 비교적 안정돼 금리 동결은 예상됐던 것이다.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2.3% 성장했지만 재정지출 확대 덕분이다. 돈의 힘이 소진되는 3분기 GDP는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경기회복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금리 동결은 불가피한 선택인 셈이다.
문제는 자산시장의 거품이다. 올 들어 저금리를 이용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면서 서울 강남 3구와 일부 재건축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7개월동안 늘어난 대출은 지난해 연간 증가액과 거의 같고, 전국 집값은 4개월째 상승하고 있다. 7월 상승 폭은 6월보다 더 커졌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7월 초 서울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주택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는 등 전체적으로 주택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주택담보대출 증가와 주택가격 상승을 경계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에 따른 자산 거품을 경고하는 시의 적절한 발언이다. 일부 지역의 부동산가격 급등은 금리 인상보다는 금융규제 등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한은의 판단에도 동의한다. 금리를 올리면 회복 조짐을 보이는 경기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크다.
한은의 경기 진단에 견주어보면 정부의 부동산시장 인식은 너무 안이하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제 "부동산시장에 일부 이상징후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정상으로 가는 과정"이라며 부동산시장에 추가 규제를 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우리는 집값 안정대책이 뒷북치기로 일관하면서 부동산값이 폭등하는 것을 숱하게 경험했다.
시중에 풀린 돈이 지금처럼 부동산으로 몰릴 경우 이상징후가 언제 폭풍으로 변할지 모른다. 더 늦기 전에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강화하는 등 강력한 집값 안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본격 경기회복에 대비해 시중 유동성 흡수 등 '출구전략'을 준비하는 데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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