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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백상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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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백상아리

입력
2009.08.11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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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쥘 베른이 1870년 발표한 <해저 2만리> 는 지금 읽어도 재미있는 공상과학 소설이다. 현대적 잠수함이 등장하기 훨씬 전의 소설인데도 미래를 내다본 듯한 해저 탐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소설에는 여러 '괴물'이 등장한다. 그 중에는 백상아리로 보이는 거대한 상어도 있다. 아로낙스 박사는 잠수함 노틸러스 호의 네모 선장과 함께 상어를 목격한 뒤 "은빛 배와 이빨로 빛나는 거대한 아가리가 피를 얼어붙게 만든다"고 말한다. 상어의 배를 가르자 물소 머리, 송아지, 심지어 제복차림의 선원 시체가 나왔다고 소설은 적고 있다.

▦백상아리의 상징은 큰 아가리에 촘촘히 박힌 날카로운 이빨이다. 삼각형 이빨은 가장자리가 톱니 모양이다. 바다사자 등 먹잇감을 물고 단숨에 잘라 먹는데 유용하다. 이빨은 사람처럼 한 줄이 아니라 5~20개 줄을 지어 박혀 있다. 앞니가 빠지면 뒷줄의 예비 이빨이 앞으로 나와 자란다. 게다가 피부에는 피부치(皮膚齒)라는 이까지 있다. 몸 전체가 공격 무기인 셈이다. 백상아리는 가장 난폭한 상어다. 400여 종의 상어 중 식인 상어는 30종 정도인데, 백상아리 청상아리 뱀상어는 사람이 건드리지 않아도 먼저 공격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백상아리 등 상어는 매년 4월 중순께 대만 난류를 따라 오키나와 쪽에서 한반도 해역으로 북상해 남서해와 제주도 연안 등에서 8월말까지 서식한다. 정확한 북상 이유를 규명한 연구는 아직 없다. 번식과 먹이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증명되지 않았다. 2005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암컷 백상아리의 이동 경로를 관찰한 결과, 9개월 동안 호주까지 2만 여㎞ 거리를 왕복했다. 과학자들은 호주보다 남아공 인근 해역에 먹잇감이 더 풍부하기 때문에 번식을 위해 장거리 여행을 하는 것으로 추정했을 뿐이다.

▦인천 영종도 해변 갯벌에서 백상아리가 발견됐다. 수백㎏의 바다사자를 한 입에 해치우는 백상아리가 왜 갯벌까지 올라와 버둥대다 죽었을까. 과학자들은 판박이처럼 난류와 먹이가 원인일 거라고 말한다. 궁금증을 풀기엔 미흡하다. 1959년 첫 희생자가 발생한 이후 식인 상어에 의한 인명 피해와 연안 경제 피해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조심하라'는 말 뿐이다. 한반도 주변해역 상어의 생태학적 습성 등에 관한 면밀한 실태 조사가 없이는 과학적인 상어 예방과 퇴치가 힘든 데도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 인천 등 서해안 피서지 업소들이 여름철 장사를 망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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