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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진압장비 '브레이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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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진압장비 '브레이크'가 없다

입력
2009.08.11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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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불법 집회 엄단 방침에 따라 테이저건(전기침 발사기), 고무탄총 등 대테러 장비를 시위 진압에 적극 사용하는데다 진압 능력을 대폭 향상시킨 신형 장비도 속속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시민을 상대로 공권력을 행사하는 진압 장비에 대한 안전성 여부와 사용 기준을 검증할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전무해 공권력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은 10일 최루액 분사 장치를 갖춘 경찰버스를 제작 중이라고 밝혔다. 이 버스는 사방에 분사 노즐 24개를 장착하고 최루액을 희석한 물을 발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경찰은 연내 6대를 주문 생산해 시범 운영할 방침이다. 경찰은 지난달 말에는 대형(가로 8.6mㆍ세로 4.1m) 강화플라스틱 방호벽과 시위 진압용 물포가 장착된 차벽(車壁)용 차량을 선보였다.

경찰은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점거농성 진압 과정에서도 대테러 장비인 테이저건을 처음 사용했고, 1990년대 말 수입된 신형 최루액도 적극 활용했다. 경찰은 5월 촛불 1주년 집회에선 고춧가루 추출물인 캡사이신 성분이 든 분사기도 처음 사용했다.

경찰은 이 같은 장비 도입에 대해 "과격 시위를 진압할 뿐만 아니라 경찰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성능을 향상시킬 수밖에 없다"면서 "경찰장비 관리규칙에 따라 안전하게 사용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장비의 개발ㆍ도입에서부터 안전성 기준, 사용 가이드라인 등을 정하는 모든 과정이 전적으로 경찰 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경찰 장비의 사용 관리를 구체적으로 규율하는 법적 근거는 경찰청 훈령인 '경찰장비 관리규칙'이 전부로, 외부에서 경찰 장비의 안전성 등을 검증 감시하는 체계는 사실상 전무하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는 경찰 장비의 사용 및 안전검사 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지만 정작 시행령엔 관련 규정이 없다.

이렇다 보니 경찰장비의 도입 및 사용 관리가 극히 불투명하고 모호한 측면이 많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관리규칙은 장비의 안전성 여부를 가리는 '규격심의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모든 위원은 경찰청 간부로 구성돼 있고 각 장비의 안전성 기준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쌍용차 농성 진압에서 다량 살포된 최루액의 경우 주성분인 디클로로메탄(용매제)이 발암 추정물질인 데다 경찰 시연에서 스티로폼을 녹이는 독성을 보여 유해성 논란을 일으켰으나 경찰은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전혀 밝히지 않았다.

특히 관리규칙은 테이저건, 고무탄총 등 강한 진압력을 갖춘 장비를 '대테러 장비'로 지정해 '집회시위관리 장비'와 구분하고 있지만 정작 대테러 장비의 목적에 '대규모 시위 진압'도 포함시키고 있어 사용 한계가 불명확하다. 대테러 장비에는 P-7 권총, MP-5 기관단총 등의 무기도 포함돼 있다.

경찰은 다만 장비와 관련한 외부 기구로 유일하게 '자문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장비 기술 자문을 받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김산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경찰 장비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학계와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안전성과 유해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경찰의 공권력 사용이 경찰직무집행법 취지에 맞게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감시할 수 있는 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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