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보다 200년이나 앞서 1세기경 만들어진 차마고도(茶馬古道). 중국 서남부의 특산물인 차와 티베트의 말을 교환하기 위해 형성된 인류 최고(最古)의 무역교역로다. 길이 5,000㎞, 평균고도 4,000m에 달하는 이 고대 무역로의 흔적을 100명의 한국 대학생들이 좇고 있다.
'차마고도에서 미래의 길을 열자!'는 주제로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주최하고 교보생명이 후원하는 '2009 대학생 동북아 대장정'이 5일 차마고도의 시발점인 중국 윈난성의 성도 쿤밍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들이 처음 찾은 곳은 쿤밍 시내의 '소수민족 박물관'. 차마고도 일대에 살고 있는 두롱족, 지누족 등 26개 소수민족의 의복, 건축물, 풍습이 재현돼 있는 테마파크다.
참가 학생들은 중국에서 가장 다양한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윈난성의 특징을 다채롭게 보여준다는 감탄과 함께, 이들의 전통적 삶이 박제화된 상품으로 전락한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함께 표출했다.
쿤밍 서쪽 260㎞ 지점에 위치한 따리의 운남역관은 차마고도의 주요한 교역로 3곳이 뻗어나가는 첫번째 관문으로 역사(휴게실), 마구간, 객점(숙소) 등 차마고도의 유적이 가장 잘 보존돼 있는 곳. 명대에 가장 번성했던 이 지역은 쇠퇴를 거듭, 20세기초 교역중심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고, 현재는 농업이 주요산업이다.
'옛날의 영광은 무너지고, 앞으로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는 액자가 걸려 있는, 옛 역관을 개조한 차마고도박물관을 찾은 이지현(23ㆍ이화여대 중문과)씨는 "생각보다 많이 쇠락해 있는 점이 안타까왔다.
자연스럽게 '앞으로 이 지역은 무엇으로 먹고 살까'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중국 관련 통상전문가를 꿈꾸고 있는 나에게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고 말했다.
7일 방문한 리장 인근의 사계진은 3개의 강이 함께 흐르는 자연보호구역 안에 분지처럼 자리잡은 '차마고도의 오아시스'. 소수민족인 나시족, 백족 등이 살고 있으며 현재도 소규모의 집시(集市)가 발달해 있다. 문화혁명 당시 파괴되지 않은 300년 이상 된 고건축물들이 보존돼 있는데, 이 건물들은 현재 관광객을 상대하는 카페나 상점으로 사용되고 있다.
황의선(20ㆍ베이징정법대 법학과2)씨는 "중화민족주의를 내세우면서도 소수민족을 관광상품화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엿보인다"며 "어쩌면 중국인들이야말로 진정한 자본주의적 면모를 지닌 사람들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된다"고 소감을 말했다.
8일 리장 서쪽의 해발 5,596m에 달하는 옥룡설산 등반로에 자리잡은 야외공연장에서 펼쳐진 초대형 공연 '인상여강'도 인상적이었다. 장이모 감독이 총연출을 맡고 차마고도 일대 소수민족의 삶을 6개 테마로 다룬 대형 공연으로 10개 소수민족에서 선발된 500여명의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고 말 100마리가 사용됐다.
곽복성(24ㆍ성균관대 경영학과3)씨는 "이 행사에 참가하기 전 책과 영상으로 공부했던 이 일대의 문화와 전통을 생생하게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설산을 배경으로 한 일사불란한 군무가 감동적이었다"고 감탄했다.
참가 학생들은 9일 윈난성 북쪽의 샹그릴라 방문을 끝으로 차마고도 탐방을 마치고 11~12일에는 쑤저우를 찾아 쑤저우대 학생들과 한ㆍ중 대학생 교류의 시간을 가진 뒤 13일 귀국한다.
윈난성= 글·사진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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