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우리금융그룹의 실적발표를 끝으로 은행권의 2분기 '어닝시즌'이 마무리된 가운데, 시중은행들은 전체적으로 '외화내빈'의 영업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외환 등 6개 시중 은행들이 모두 흑자를 기록하며 당기 순이익 규모가 1조2,670억원에 달했다. 지난 1분기 이들의 당기순이익이 484억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26배가 넘게 이익을 낸 것이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다. 실제 1분기 3,25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하나은행이 1,698억원의 흑자로 돌아섰고, 1분기 748억원의 적자를 냈던 외환은행도 2분기에 6개 은행 중 최대이익(2,832억원)을 내며 실적 시즌을 주도했다. 전분기에 각각 400억원과 700억원대의 이익을 냈던 기업은행과 신한은행도 모두 2,000억원대의 대규모 이익을 실현하며 힘을 보탰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성장과 더불어 큰 폭의 이익을 냈다는 점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을 만했다.
하지만 규모에 비해 이익의 내용의 내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영업을 잘해서 이익을 낸 것이 아니라 보유 자산을 팔아 이익 규모를 키웠기 때문이다.
특히 6개 은행이 낸 이익 중 현대건설 지분을 매각해 생긴 이익이 전체 이익의 30%인 4,000억원에 달했다. 외환은행은 현대건설 매각으로만 1,300억원을 챙겼고, 우리은행도 2분기 당기순이익(1,713억원) 보다 많은 1,800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또 하나은행은 환율 하락으로 인한 태산LCD관련 충당금 1,887억원 환입효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기업은행의 경우도 충당금 규모가 1분기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면서 대규모 이익이 났다.
반면 은행 이익의 핵심 지표인 순이자마진비율(NIM)은 오히려 악화됐다. 국민은행의 NIM은 올 1분기 2.70%에서 2.16%로 나빠졌고, 신한은행(카드포함)도 1분기에 비해 0.06%포인트 낮아졌다. 하나은행은 1.07%까지 떨어져 은행권 중 최악을 기록했다. 은행들이 지난 2분기 실제 영업 활동으로 얻는 이익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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