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피해자가 어린이일 경우, 어른보다 더 많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위자료의 경우 노소(老少)에 관계없이 일정수준으로 정하는 기존 판례와 달리 어린이의 특수성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6단독 이옥형 판사는 교통사고로 숨진 김모(사고당시 4세)양의 부모가 가해차량의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보험사는 원고에게 이미 지급한 치료비 등을 제외하고 7,800여만원을 더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판결은 양측 모두 항소하지 않아 확정됐다
김양은 2005년 8월 제주 서귀포시 자신의 집 근처 도로 갓길에서 놀던 중 승용차에 치여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2년 뒤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보험사는 치료비 명목으로 1억8,900만원, 손해배상 선급금으로 1억6,500만원을 지급했지만, 김양의 부모는 가해자측의 책임이 더 크다며 추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김양이 도로 갓길에 있는 동안 관리ㆍ감독을 소홀히 한 부모의 책임을 20%로 제한했고, 손해배상액 책정 시 고려되는 3가지 요소 중 치료비 및 일실수입(노동력상실로 잃은 수입) 계산에선 기존의 방식을 유지했다. 다만 위자료 부분에서 "어린이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성인과 다른 적용기준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어린이의 경우 사고 발생 시 성인보다 더 큰 충격을 받고 더 오랜 기간 고통을 감수해야 하고 청소년기에 누릴 수 있는 생활의 기쁨을 상실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특히 "사고로 학습권에 중대한 침해를 가져와 직업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며 "아동의 일실수입을 일률적으로 최소한의 일용노임을 얻을 것을 전제로 산정하는 건 공평하지 못해 위자료 부분에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교통사고 사망사건의 통상 위자료 기준액인 6,000만원 보다 2배 이상 많은 1억3,000여만원을 위자료로 책정, 김양의 가족은 손해배상액으로 총 4억3,200여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권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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