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진정한 소통이란 가능한가? 김언, 詩로 묻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진정한 소통이란 가능한가? 김언, 詩로 묻다

입력
2009.08.10 23:44
0 0

'불안이 반복된다고 더 불안할 이유가 없겠지만, 내 문장이 불안하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의 진심어린 충고는 이상하게 불안합니다'('인터뷰'에서)

기존 시의 문법을 전복하는 낯선 형식의 시로 황병승, 진은영, 김경주씨 등과 함께 2000년대 중반 이른바 '미래파'의 기수로 떠올랐던 시인 김언(36)씨. <숨쉬는 무덤> (2003), <거인> (2005) 등의 시집에서 전위적 언어실험을 시도했던 그는 세번째 시집 <소설을 쓰자> (민음사 발행)에서 "진정한 소통이란 가능한가?"를 묻는다.

이번 시집에서 독자와 시인 간 소통의 진정성, 그 소통의 깊이를 유추하는 수단으로 김씨가 비유하는 행위는 섹스다. '우리는 등 뒤에서 서로를 껴안는다/ 바로 앞에서 당신의 머나먼 소리가 들렸다/ 어깨 너머로 나의 발이 이제 겨우 도착했다/ 쉴 새 없이 옷을 벗기고// 너무 좁은 세계의 손과 발이 모처럼 쉬고 있다/ 다른 침대에 누워'('만남'에서). 시인은 섹스조차 소통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본다.

그것은 언어의 존재조건이 소통임을 인정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인가에 대한 뿌리깊은 의심과 관련이 있다. '내일은 각자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난폭하게 화해하는 양편의 팔을 등 뒤에서 느끼고 정말 만져 봅니다.'('연인'에서)와 같은 시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막 정사를 치른 연인이 '정말' 그가 나와 사랑을 나눈 상대인지를 의심하는 이 장면은 "시가 난해하다. 독자와의 소통을 외면하고 있다"며 그의 시를 비판하는 이들에 대한 김씨의 시적 응전이다.

표준 문법에 대한 미래파 시인들의 반감은 익숙하지만, 이 시집에서 선보인 김언씨의 파괴적인 문법은 주목과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다가오는 수요일 어디쯤엔가 연기가 난다./ 나는 물감을 짜 놓고 기다렸다.'('다가오는 날씨'에서)와 같은 시제의 혼용, '오늘의 이 자리는 저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로 꽉 찼습니다'('문학상 여사의 수상식에서')와 같은 비문(非文)의 의도적 남용으로 '시의 언어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다.

시집 제목인 '소설을 쓰자'에 대해 그는 "시인은 시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그것은 '과연 어디까지가 시이고, 어디서부터가 시가 아닌가'라는 질문과 상통한다. 기존의 시에서 미답지를 발견하지 못할 때 시인의 관심은 경계를 기웃거린다"며 "시집 제목에 쓴 '소설'은 장르로서의 소설이 아니라 '시 바깥'을 뜻하는 일종의 상징으로 이해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