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가 석방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0일 오후 1시50분 경기 파주의 도라산남북출입사무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굳은 표정으로 평양행에 오르며 밝힌 소감이다.
130일 넘게 북측에 억류된 유씨 문제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현 회장의 얼굴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현 회장은 취재진에게 "노력하겠다.", "가봐야 안다"는 단 두 마디만 남기고 맏딸 정지이 현대U&I 전무와 현대아산 부장 1명을 대동하고 검정색 뉴에쿠스에 올랐다.
비밀리에 추진된 만큼 강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현 회장의 방북은 방북 경로 및 시간 측면에서 파격적이었다.
우선 육로 이용이 눈에 띄었다. 북한이 육로를 통한 평양행을 남측 인사들에게 허용한 사례는 노무현 전 대통령 방북 등 손에 꼽을 정도이다. 방북 시간도 예상을 벗어났다. 북한은 지난해 12월1일부터 개성공단 출입 육로 통행 시간대를 방북의 경우 오전 9, 10, 11시 등 하루 3차례로 엄격히 제한해왔다.
이러한 북측의 '배려'는 대북사업의 오랜 파트너인 '현대가(家)'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 보인다. 이날 현 회장이 개성의 북한출입사무소에 도착했을 때 리종혁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 부위원장으로부터 직접 영접을 받았다는 점도 주목된다.
현 회장의 평양행은 북측과의 긴밀한 '교감'에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 현 회장이 지난 4일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6주기 행사 때 리 부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평양에 갔으면 한다"고 먼저 제안했고 리 부위원장이 북측 고위 관계자들에게 보고해 평양행이 결정됐다는 것. 이후 상황은 숨가쁘게 돌아갔다. 현대측은 아태평화위와 조율에 나섰고 7일 오후 북측으로부터 현 회장에 대한 방북 초청장을 받았다.
북측은 이번에 현대그룹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맏딸 정지이 전무를 동행해줄 것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북측이 현대그룹과 지속적인 대북 사업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오너 일가인 정 전무를 지목한 것이라는 해석하고 있다. 이런 징후들로 보아 이번 평양행에서 얻을 선물 보따리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 같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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