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야구부를 창단한 천안북일고. 역사는 그리 긴 편이 아니지만 전국대회 우승 횟수(19회)만 놓고 보면 전국 52개교 가운데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학교의 전폭적인 투자와 동문들의 성원, 지도자들의 열성이 어우러진 결과다.
북일고는 유독 고색창연한 봉황의 '편애'를 받았다. 북일고는 창단 4년 만인 1980년 제4회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87, 99, 2002년까지 총 4차례 봉황을 품에 안았다. 4회 우승은 충암고와 함께 최다 우승 타이기록.
북일고는 역시 '봉황의 연인'다웠다. 북일고가 10일 수원구장에서 막을 내린 제39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왼손 선발투수 김용주(3년)의 호투와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광주일고를 5-1로 누르고 7년 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이로써 북일고는 올해 두 차례 준우승(황금사자기, 청룡기)의 아쉬움을 털어버린 동시에 봉황대기 최다 우승팀으로 우뚝 섰다.
경기 전 "장점을 최대한 살리겠다"던 이정훈 감독의 말처럼 북일고는 1회부터 광주일고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북일고는 0-0이던 1회말 광주일고 선발 이정호의 난조를 틈타 선취점을 뽑았다. 1사 1ㆍ3루에서 4번 김동엽이 좌전 적시타를 뿜어 기세를 올렸다.
북일고는 2회초 동점을 허용했으나 3회 2사 1ㆍ2루에서 5번 박건주의 좌전 적시타로 한 점을 앞서나간 뒤 4회 2사 2루에서 1번 김재우와 좌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2루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났다. 북일고는 6회 선두 7번 오준혁의 우월 솔로홈런(대회 15호)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지난해 12월1일 사령탑에 오른 이정훈 감독은 '준우승 징크스'를 떨치고 아마 지도자로는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대회 최우수선수(MVP)에는 우승까지 혼자 5승을 책임진 왼손 에이스 김용주가 선정됐다.
김용주는 올 전국대회에서 10승(무패)째를 올렸다. 김용주는 직구 최고구속은 140㎞가 넘지 않았지만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와 함께 특유의 완급조절로 팀을 최고 대회 정상에 올려놓았다. 결승전 성적은 9이닝 4피안타 5볼넷 9탈삼진 1실점.
1983년 제13회 대회 우승 이후 26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렸던 광주일고는 초반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 광주일고는 1회초 1사 1ㆍ2루, 1-1이던 2회 무사 3루에서 득점에 실패, 북일고에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올 청룡기 8강전(1-6 패)에 이어 또다시 북일고에 막힌 광주일고는 2004, 2005년 대회에 이어 이 대회 세 번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수원=최경호 기자
양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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