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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개봉 앞둔 동유럽 영화 '약속해줘!'와 '사일런트 웨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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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개봉 앞둔 동유럽 영화 '약속해줘!'와 '사일런트 웨딩'

입력
2009.08.10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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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영화는 낯설다. 1990년대 '집시의 시간'의 에밀 쿠스트리차(유고슬라비아)와 삼색 시리즈('블루', '화이트', '레드')의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폴란드)가 동유럽 영화의 존재감을 이 땅에 알렸지만, 거리감은 여전하다.

13일과 20일 각각 개봉하는 '약속해줘!'와 '사일런트 웨딩'이 그 거리감을 좁히려 한다. 사람이 하늘을 날고, 빠르고 정열적인 집시음악이 고막을 진동시키는 닮은 꼴의 두 영화는 현실과 판타지가 몸을 섞는 기묘한 세계로 관객을 안내한다.

■ 약속해줘!

'약속해줘!'는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그 성격을 가늠케 한다. 에밀 쿠스트리차. '아빠는 출장 중'과 '언더그라운드'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 수상한 거장이다. 국내에도 열혈 팬들을 거느린 그의 신작 '약속해줘!'는 판타지를 매개로 비루한 현실을 껴안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세계를 펼쳐낸다.

할아버지와 함께 깡촌에서 생활하는 15세 소년 차네가 신부감을 구하기 위해 도시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요절복통 이야기를 그렸다. 조직폭력배가 장악한 매음굴 등 세르비아의 어두운 뒷골목이 배경이지만 영화는 천연덕스럽게 웃음을 권한다.

총구를 씹어먹고 머리로 건물을 들이받는 등의 비현실적인 장면이 무시로 등장하지만 황당무계하게만 여겨지진 않는다. '집시의 시간' 등에서 익히 보여준 쿠스트리차 스타일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오히려 매력을 느낄 만하다. 자기복제의 흔적이 역력해 더 이상 새로워 보이진 않는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 15세 이상 관람가.

■ 사일런트 웨딩

'사일런트 웨딩'은 쿠스트리차의 영향력이 감지되는 영화다. 심장을 두드리는 집시음악과 초현실적인 장면이 시네필(예술영화 애호가)들의 기시감을 자극하지만 독창성도 돋보이는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화의 혼란 속에서 비극을 맞이한 루마니아 한 시골 마을의 이야기를 그렸다. 두 선남선녀가 결혼식을 앞두고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이 죽으면서 비극이 잉태된다. 조문기간 동안 파티와 집회와 웃음은 절대 금물이라는 소련군의 명령이 떨어지게 된 것.

마을 사람들이 소리없는 결혼식에 참여해 방귀조차 맘껏 뀌지 못하는 현실이 억압적 공산주의 사회의 옛 풍경을 풍자한다. 침묵의 결혼식이 유발한 웃음 뒤에 급작스레 찾아온 비극이 가슴을 더 아리게 한다.

2007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4개월, 3주… 그리고 2일')을 수상하며 최근 동유럽 영화의 기수로 새롭게 떠오른 루마니아의 저력을 엿볼 수 있는 수작이다. 호라티우 마라엘레 감독, 15세이상관람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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