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가뭄, 전염병 등 기후변화로 인한 세계적 자연재해들이 미국 안보에 직간접적으로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8일 뉴욕타임스(NYT)는 최근의 미 정보당국의 정보분석 결과 등을 인용,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식량부족 사태가 테러집단의 확산을 부추기고 재해를 피하려 이웃 국가로 이동하는 난민들이 국경분쟁을 야기해 미국의 안보전략이 큰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정보 당국이 최근 수행한 '워 게임' 결과는 향후 20~30년 안에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중동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기후변화로 심각한 식량난, 비극적인 대홍수를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로 인해 미국은 대규모 원조는 물론 각국의 빈번한'군사적 대응'요구에도 응해야 할 것이라는 게 결론이다.
또 지난해 12월 미 국방대학교가 시행한 가상 시나리오 분석결과는 방글라데시에 대형 홍수가 일어나면 수십만 명의 난민들이 국경을 넘어 인도로 밀려들게 되며, 이는 양국의 종교분쟁을 촉발시키고 사회기반시설의 파괴와 전염병의 창궐을 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에도 미국은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
지구온난화로 높아지는 해수면은 직접적으로 미국의 안보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NYT는 플로리다의 공군기지와 해군기지가 1992년과 2004년 두 차례 허리케인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은 예를 들면서, 미군의 상당수 기지가 자연재해에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군의 대 중동 작전에 있어서 중요한 거점인 인도양의 영국령 디에고 가르시아 섬의 해군기지, 샌디에이고의 해군기지 등이 해수면 상승과 폭풍에 대비해 철저한 보완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기후변화의 안보위협에 대한 미국 내 각성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아만다 도리 미 국방부 부차관보는 최근 "기후변화가 미 안보에 위협을 주는 일은 빠르게 나타날 것이며 매우 복잡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국가안보전략을 짜는 데 있어서 반드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 국가정보위원회(NIC)도 이미 지난해 기후변화의 안보위협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정부의 첫 보고서 작성을 마쳤다. 이 보고서는 "자연재해의 증가는 미국의 인도주의적 움직임을 더 많이 요구할 것이며, 이는 미군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NYT는 기후변화와 안보를 연관 짓는 일련의 움직임에 따라 내년 2월 발간되는 미국의 '4개년 국방전략보고서'에 기후변화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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