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4일부터 내달 5일까지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헝가리와 덴마크, 유럽연합(EU) 등을 방문한다고 청와대가 10일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월 이명박 대통령당선자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찾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특사 지명에는 적잖은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우선 지난해 4월 총선 이후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친이계와 친박계 사이의 갈등이 완화되는 계기가 될지 여부에 촉각이 모아진다. 또 친박계 인사의 입각 성사 여부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이 올 1월 청와대에서 박 전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가졌을 때 특사 자격으로 EU를 방문해줄 것을 제안하자, 박 전 대표가 긍정적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특사 파견은 한ㆍEU간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체결을 위한 실무적 방문으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일이 아니다"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친박계의 한 의원도 "박 전 대표는 국가를 위한 일에는 항상 협조한다는 차원에서 수락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이번 일이 두 계파 간의 앙금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더구나 김무성 의원 등 친박계 인사들의 입각설이 거론되는 시점에 특사 지명이 이뤄진 점도 눈길을 끈다. 박 전 대표가 "장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친박계 인사의 입각에 제동을 걸지 않을 수도 있다. 이어서 10월 재ㆍ보선 공천에서도 계파간 협조가 이뤄질 경우 여권 내부 역학관계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박 전 대표의 유럽 방문에는 친이계인 안경률 의원과 친박계인 유정복 의원 등이 동행한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친박계를 끌어안는 모양새를, 박 전 대표는 국가적 대사에 협력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됨으로써 양측 모두에게 '윈-윈'카드가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특사 지명이 일회성에 그치고 계파 갈등이 계속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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