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시에서 밤을 보내는 첫날 뭔가 이상한 걸 느꼈다. 시내에서 떨어진 외진 곳이니 차 소리도 취객의 고함 소리도 없는 건 당연했다. 어둠이 내려앉자 모든 경계가 사라졌다. 저멀리 자동차들이 지날 때면 흐릿하게 도로의 윤곽이 살아나곤 했다. 뭘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알아챘다. 어둠이 내리면서 동시에 매미 울음소리도 딱 끊긴 것이다. 자정 가까이 울어대던 서울의 매미들과는 사뭇 달랐다. 울음소리도 달랐다.
이 소리가 참매미 소리일까. 지리산 자락의 한 마을에서였다. 숲은 온갖 소리들로 부산스러웠다. 그곳에 사는 한 선배가 귀를 기울이더니 바로 이 소리가 참매미 소리라고 했다. 우리 모두 숨죽였다. 수많은 소리들 사이로 한 가닥 정겨운 소리가 들려왔다. 좀 느긋했고 구성졌다. 그악스럽게 울어대던 서울의 매미들과는 달랐다. 누군가 서울의 매미는 매미가 아니라 쓰르라미라고 했고 누군가 그렇게 그악스러운 덴 다 이유가 있다고 설명해줬다.
도시의 소음 속에서 암컷을 부르려면 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밤에 우는 건 낮처럼 밝은 조명 탓이라고도 했고 그건 저녁매미 아니냐는 이도 있었다. 누군가 쓰름매미와 쓰르라미가 한말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자명종이 필요없었다. 아침이 되자 매미들이 하나, 둘 울기 시작했다. 나도 태평스런 매미 울음소리를 따라 울어보았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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