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정상조업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2시께 평택공장 프레스2공장. 이 곳은 노조측 본부였던 도장2공장과 가까워 경찰의 진압 작전 당시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던 곳이다. 공장 이곳 저곳에 빨간색 스프레이로 휘갈겨 놓은 투쟁 구호와 욕설들만 빼고는 파업전 모습으로 돌아갔다. 공장 내에는 프레스 2팀 직원 30여명이 출근, 휴일도 잊은 채 기계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조업 준비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오일 교환 등 기본 점검을 마치자 프레스2팀 오기섭 공장(직책이름)의 '제6라인 시험 가동' 지시가 떨어졌다. '위잉~'하고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자 직원들은 바짝 긴장했다. 이윽고 둔탁한 기계음과 함께 쌍용차의 최신형 차종인 '카이런' 옆 문 금형이 찍혀 나오자 그제서야 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50여개의 금형을 시범적으로 찍어 낸 뒤 프레스 연동시험이 끝났다. 프레스 팀의 한 직원은 "평소에는 소음으로 들리던 기계음이었는데 77일만에 들었더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며 울먹였다.
이날 프레스1, 2팀은 8개 라인 가운데 6개 라인의 시범 가동을 마쳤다. 정상 조업 재개일인 10일부터는 8개 라인을 모두 가동할 예정이다.
프레스2팀 이창근 차장은 "오랜 기간 기계를 사용하지 않으면 어딘가가 고장 나게 마련인데 다행히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도장팀의 한 직원도 "농성기간 중 단전이 되면서 페인트가 굳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는데 전혀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조합원들이 무척 신경을 썼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노조 사무실이 있었던 도장 2공장 주변에서도 50여명의 직원이 지게차와 중장비를 동원해 곳곳에 쌓여 있는 작업용 철제 선반 등을 제거하고 쓰레기를 치웠다.
조립3팀장 허인구씨는 "도장2공장을 중심으로 8일 하루에만 청소차 20대 분량의 쓰레기를 치웠고 오늘은 정리작업 중"이라며 "그래도 공장이 제 모습을 찾아가는 걸 보니 오랜만에 웃음도 나온다"고 말했다.
도장2공장 3층 도장 라인에는 체어맨, 액티언, 카이런 등 20여대가 미세 먼지 제거작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장2팀 이성우 차장은 "어제는 전기가 안 들어와 공장 안도 캄캄하고 먼지와 거미줄까지 쳐져 있어 암담했다"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나고 공장 내부가 점점 훤해 지는 것을 보니 희망이 생긴다"고 좋아했다.
하지만 갈등의 골을 메우려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실제로 77일간 노사 대립이후 감정의 골이 깊어져 협상타결 자체를 반기지 않는 직원들도 많았고, 지게차를 몰고 돌진하고 새총을 쏘아댄 노조원들과 다시 얼굴을 맞댈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만만찮았다.
한 직원은 "경찰수사와 회사 인사가 일단락돼 농성 노조원들이 출근하기 시작하면 정말 서먹할 것 같다"며 "회사를 떠나지 않는 사람들과 어떻게 호흡을 맞춰 일해 나갈지 솔직히 걱정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평택시는 쌍용차 구조조정에 따른 지역경제 위축과 실업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평택 민생은행'을 설립 운영키로 했다. 평택복지재단이 운영할 민생은행은 재취업 등 실업대책을 마련하고 자녀의 방과후 보호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쌍용차와 협력업체의 실직 가정을 도울 예정이다. 노동부도 11일 고용정책심의회를 열고 평택을 고용특구로 지정해 재취업 등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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