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가족과 입양된 가족에 의해 두 차례나 사망 신고된 30대 장애인이 '법적 생명'을 찾기 위한 소송에 나섰다. 9일 법원 등에 따르면 정신지체 2급 장애인인 S(34)씨는 최근 전주지법에 자신이 사망자로 기재된 가족관계등록부를 복원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S씨의 기막힌 인생유전은 두 돌 무렵인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아버지는 어머니 몰래 광주 버스터미널 근처로 그를 데려가 버린 것. 경찰에 발견된 S씨는 잠시 보호소에 맡겨졌다가 전남 고흥에 사는 손모씨에게 입양됐다.
손씨는 정식 입양절차를 거치지 않고 S씨에게 죽은 막내아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그대로 물려줬다. 이때부터 S씨는 74년생 '손○○'로 살게 됐다.
친가에서는 95년 S씨 앞으로 군입대를 위한 신체검사 통지서가 발송되자 사망신고를 해버렸다. 2005년 S씨는 30년 가까이 아들을 찾아 헤맨 친어머니와 극적으로 만나 함께 살고 있으나, '손○○' 명의로 장애인 수당을 받고 있어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할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그러나 S씨는 지난해 양부가 세상을 뜨자 그 자식들이 "막내 동생은 이미 죽었다"며 뒤늦게 '손○○'의 사망신고를 하는 바람에 무적(無籍)의 유령인 신세가 돼 장애인 수당마저 끊겼다.
S씨와 어머니는 한 법무법인의 도움을 받아 친부를 상대로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 소송을 냈다. 전주지법 담당 재판부는 사망 상태인 S씨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하려면 소송보다는 기록 정정 신청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소송 취하를 권고했다. S씨 어머니는 "아들이 하루 빨리 신분을 되찾아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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