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이 7일 내년도 예산편성과 관련된 첫 당정회의를 가졌다.
현 정부 들어 지속된 감세 정책과 경기 부양을 위한 지출 확대로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당정 간에도 내년 예산을 바라보는 온도 차이가 적지 않다. 향후 당정 협의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내년 예산안 편성과 그 전제가 되는 세제 개편을 둘러싼 공방의 3가지 핵심 관전 포인트를 짚어 본다.
포인트1. 내년 예산 규모는
최대 쟁점은 내년 나라살림 전체 규모다. 여느 해보다 내년도의 세출예산 총액이 중요한 이유는 ‘출구 전략’ 논쟁과 맞물려 있는 탓이다.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이어갈지를 두고 고심이 클 수밖에 없다. 이날 당정회의에서 정부는 확장적 기조 유지 입장을 밝혔지만, 여당 의원들 상당수는 점차 중립 내지는 긴축적 기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각 부처들이 손을 벌린 내년 예산 요구액은 298조5,000억원. 올해 본 예산(284조5,000억원)보다 5% 가량 많을 뿐 아니라, 비상용 예산인 추경예산 규모(301조8,000억원)와 맞먹는다. 부처들의 예산 요구액을 얼마나 삭감할 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포인트2. 4대강과 SOC
세부 항목 중에선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중점적으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2012년까지 3년간 22조4,000억원의 막대한 예산 투입이 예상되면서, “4대강 때문에 불요불급한 다른 예산 특히 SOC예산이 삭감될 수 있다”는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4대강 사업과 무관한 지역구를 둔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날 회의에서도 사업기간을 늦추진 않더라도 3년간 예산 균형 배분을 통해 속도 조절에 나설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원들의 지적이 적지 않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도 첨예한 쟁점 중 하나다. 예산요구액이 당초 계획보다 3,309억원이나 줄면서 세종시 백지화 또는 축소 공방이 확산되고 있는 상태. 민주당은 “예산 삭감은 절대 안 된다”고 배수진을 친 상태다.
정부가 최근 부쩍 강조하고 있는 ‘친서민’ 기조가 내년 예산안에 어떻게 반영될지, ‘희망근로 프로젝트’ 등 긴급 대책을 일부 연장할 것인지 등도 관심사다.
포인트3. 감세와 세제 개편
작년 세제 개편이 대규모 감세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올해 세제 개편은 숨어있는 세원 발굴에 방점이 찍혀져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속ㆍ증여세 인하는 보류하기로 당정이 의견을 모은 상태. 감세와 관련해 남아있는 쟁점은 2단계 법인세 및 소득세 인하 여부다. 이날 회의에서 일부 의원들은 연기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정부는 “예정대로 인하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는 대신 비과세ㆍ감면 제도 정비 등을 통해 재원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 하지만 이 또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건건이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서민증세’ 논란을 피해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김광림 한나라당 제3정조위원장은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역시 올해로 일몰이 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축소 여부, 미용 성형 및 보약 구매에 대한 공제 혜택 폐지 여부 등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새로운 세금 신설 역시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전세 보증금에 대한 임대소득세 부과 ▦골프장ㆍ콘도 회원권에 보유세 부과 ▦장내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 부과 등을 검토 중인데, 부작용 우려를 얼마나 잠재울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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