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여름방학'을 맞아 텅 빈듯한 여의도 무대에 슬금슬금 떠오른 이슈가 있다. 정치적 고비마다 도마 위에 올랐던 지역주의다. 해묵은 쟁점을 다시 끄집어낸 사람들은 틈만 나면 국민통합을 외치는 집권여당과 제1야당 지도부였다.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이 휴일인 9일 인사통계표를 들고 여의도 당사를 찾은 것은 민주당 정세균 대표에게 반격을 가하기 위한 것이었다.
민주당 정 대표는 6일 미디어법 무효화를 위한 장외투쟁 일환으로 광주를 찾아 갑자기 인사 차별론을 꺼냈다. 그는"이명박 정권 들어 공직사회에서 호남 출신들을 숙청하다시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 정권의 호남인사 씨 말리기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 바로 잡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나라당 장 총장은 이날 당사에서 '정무직의 출신지역'이란 자료를 꺼내 정 대표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초반에 비해 영남 출신과 호남 출신은 각각 5.1%, 3.3% 포인트 줄었으나 다른 지역 출신의 비중이 늘어났다"면서 현정부가 균형인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총장 자료를 자세히 보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각각 31.7%, 25.3% 에 이르렀던 호남 출신 정무직 비율이 현정부 17개월 동안 18.5% 수준으로 줄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결국 양측 주장만으로는 인사 차별의 실체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 인사 차별 해소 방안을 찾기 위해 진지한 논쟁을 벌이는 것은 좋다. 하지만 뚜렷한 근거 없이 지역주의를 놓고 정치 설전을 벌이는 것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지역주의 공방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국론분열을 확산시키는 도화선 역할을 했던 기억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다.
정치부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