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선거에서 부산은 줄곧 한나라당의 절대 우세지역이었다. 이 때문에 당내 경선이 본선보다 훨씬 치열했다. 하지만 내년 부산시장 선거에는 적잖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여권 내 대선구도를 둘러싼 힘겨루기와 친노세력을 주축으로 한 야권의 돌풍 가능성 등이다.
한나라당 내에선 허남식 현 시장이 3선 고지에 도전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간 무난하게 시정을 이끌어왔다는 평가 속에 최근 전국시도단체장협의회장까지 맡으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동부산관광단지 조성이나 하계올림픽 유치 실패 등은 적잖은 부담이다.
허 시장과 공천 경쟁을 벌일 인물로는 우선 친박계인 서병수 의원과 친이계인 안경률 의원, 권철현 주일대사 등이 꼽힌다. 서 의원의 경우 본인은 아직까지 묵묵부답이지만 당내에선 이미 출마 의사를 굳혔다는 얘기가 많다. 당 사무총장을 지낸 안 의원의 한 측근은 “정치인에게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전에 허 시장에게 두 차례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던 권 대사는 19대 총선 출마와 부산시장 선거 재도전을 놓고 고민중이라고 한다. 당사자들은 손사래를 치지만 친박계 허태열 최고위원과 친이계 중진인 정의화 의원의 이름도 자주 거론된다.
한나라당 경선 구도는 사실상 친박계의 정치적 구상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은 현역의원 16명 중 친박계 또는 친박성향 중립 의원이 13명에 달한다. 박 전 대표가 2012년 총선과 대선가도에서 부산시장직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당내 경선 판도가 좌우될 공산이 큰 것이다.
야권에선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변호사의 출마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본인은 줄곧 “정치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어왔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 이후 그의 정치적 무게감은 이전과 확실히 달라졌다. 특히 부산이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란 점에서 문 변호사가 나설 경우 선거 판도가 크게 요동칠 것이라는 데에는 한나라당도 고개를 끄덕인다.
해수부 장관을 지낸 오거돈 해양대 총장도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그는 부산시장 직무대행을 역임했고 2006년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김정길 전 대한체육회장과 노재철 전 사학연금공단 감사도 시장직 도전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민주당 내 유일한 부산지역 재선의원인 조경태 의원의 이름도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진보신당 김석준 전 대표도 출마가 예상된다. 그는 2002년과 2006년에 연속 출마해 10% 중반대의 만만찮은 득표력을 보여준 바 있다.
아직은 선거가 10개월이나 남아 있는 만큼 앞으로 정치적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유력 대권주자인 한나라당 박 전 대표의 의중, 친노세력의 좌장격인 문 변호사의 출마 여부 등을 압도할 만한 다른 변수가 존재하기는 어렵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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