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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들 "북한에 채찍 더 휘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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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들 "북한에 채찍 더 휘둘러라"

입력
2009.08.10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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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단계에서 북한에 줄 당근은 없으니, 채찍을 더 휘둘러라"

여기자 북한 억류사건을 계기로 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이후 균형감각을 가진 미국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유력지들이 사설, 칼럼 등을 통해 연일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에 같은 목소리로 강경기조를 주문하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단순히 여기자 석방에 그치지 않고 북미간 대화와 북핵 협상의 시발점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들 유력지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기조가 버락 오바마 정부보다도 훨씬 강경하다는 데 있다. 미 정부의 정책 방향이 대체로 미국 내 여론을 대변하는 이들 유력지의 기조를 무시할 수 없는 만큼 향후 북핵문제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협상을 해나가야 하는 오바마 정부의 보폭도 한층 좁아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NYT와 WP는 한목소리로 여기자 석방의 대가로 북핵 문제의 기존 입장에 조정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재개하더라도 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말라고 주문을 하고 있다.

WP는 6일자 사설에서 "북한은 6자 회담의 틀 바깥에서 북미 양자대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유엔 대북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고수하면서 6자 회담을 뒷받침해야 한다"며 "과거 북한에 관대했던 중국, 러시아도 유엔제재를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NYT도 5일자 사설에서 "6자 회담을 고수하고 협상의 수위를 이전보다 더 높여야 한다"며 "6자 관련국은 동시에 유엔제재 이행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두 신문이 채찍을 계속 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북한에 대한 불신이 작용하고 있다. NYT는 "더 이상 쉽게 깨지는 북한과의 합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했고, WP는 "북한은 15년 동안 미국을 비롯한 6자 관련국을 갖고 놀면서 비핵화 합의에 대한 이행 없이 수 십억 달러를 챙겼다"고 지적했다.

두 신문이 "기존에 북한이 약속했다 이행하지 않은 합의를 재이행하는 데 대가를 지불해서는 안 된다"고 똑 같은 목소리를 낸 이유다.

특히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도발이 위험수위에 달했다고 보고 있다. 바로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핵물질 및 핵기술의 해외이전이다.

NYT 칼럼니스트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북한의 핵 이전 의혹이 제기된 시리아, 미얀마 사례를 거론하면서 "과거 외교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희망이 없어 보인다"며 "북한과의 경제 문화적 교류 등을 통해 협상을 유지하는 게 최선의 방책이지만 채찍도 계속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이 북한으로부터 핵무기를 사는 일을 허용할 수 없는 만큼 핵물질 선적 의혹이 있는 북한 배의 나포라는 극단적인 조치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전후 제재 일변도였던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대해 대화를 촉구했던 이들 신문이 이제는 제재를 놓지 말라고 주문하는 데는 반복되는 합의와 파기, 북한의 도발에 따른 학습효과로 보인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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