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4일부터 2009년 2월 13일까지의 대한민국.
문화평론가 이택광(41ㆍ사진) 경희대 영미문화전공 교수가 쓴 비평집 <무례한 복음> (난장 발행)의 평론 대상이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강마에와 용산참사와 ‘디자인 서울’과 김연아에 열광하는 40대 아저씨들이 한 두름으로 엮여 도마에 오른다. 정신분석의 방법론을 회칼 삼아 이 교수가 가른 대한민국은, 비릿한 쾌락과 ‘먹고사니즘’으로 뱃속을 채우고 있다. 무례한>
“지금 사회에서 정치는 실종됐습니다. 자본주의가 주는 쾌락을 누리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어요. 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비평이 사회를 대상으로 삼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이 교수는 “숨어 있는 문화의 구조를 드러내는 것은 즐거움”이지만 문화비평이 거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영화 비평, 음악 비평과 같은 장르 비평은 이미 설 자리를 잃었다”며 비평의 책무, 또는 존재 가치를 사회에 대한 ‘개입’에서 찾았다.
“나는 문화적인 것에서 정치적인 것을 발굴해내는 것을 비평의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문화비평은 이론의 자기지시성을 벗어나 그 이론의 대상을 현실로 돌려세우는 실천적이고 수행적인 작업입니다.”
예컨대 원더걸스에 대한 열광에서 이 교수는 귀엽고 섹시한 이미지를 ‘나눠 갖는’ 방식에 주목한다. 각 세대가 원더걸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원더걸스야말로 한국 사회에서 ‘10대의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시각이다. 10대가 ‘어른들’의 시선을 받으려면 원더걸스처럼 기성세대의 감수성에 맞는 존재로 태어나거나, 아니면 기성 사회가 강조하는 ‘쓸모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해석이다.
“우리 사회에는 ‘네가 즐기는 만큼 나도 즐겨야 한다’는 쾌락의 평등주의, 그리고 ‘나도 먹고 살아야되지 않겠느냐’는 먹고사니즘이 시대정신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실용과 경제를 구원이라 외치는 ‘무례한 복음’이 너무도 강렬하게 파고들고 있어요. 문화비평의 역할은 대중에게 그러한 진실을 간파하는 감식안을 제공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사진 배우한 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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