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0일 교육과학기술부는 긴급 브리핑을 열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의 도입을 밝혔다. 그 동안 대학생과 학부모, 참여연대나 등록금넷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간절하게 호소해온 등록금 후불제에 근접한 제도가 도입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학생 신용불량자’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대학생 신용불량자 문제가 제기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현실에서 뒤늦은 감이 있지만, 국민들의 고통에 대통령이 화답했다는 점도 일단 긍정적이다.
지난 3월 한국일보와 참여연대는 ‘등록금 빚더미 시대’라는 총 5회의 공동기획을 통해 등록금으로 인한 대학생 신용불량자가 1만명이 넘어섰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론화한 바 있고, 당시 해결책으로 등록금 후불제, 등록금 상한제 등이 매우 시급하다고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은 등록금 후불제뿐이다. 등록금 상한제와 관련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다. 하지만 등록금 후불제는 등록금 상한제와 함께 가야 실효성이 있는 제도이다.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등록금 후불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힌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도 모두 등록금 상한제를 함께 실시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초고액 등록금과 등록금을 매년 10% 안팎으로 과도하게 올리는 관행을 개선하지 않고 등록금 후불제만 도입하게 되면, ‘등록금 빚더미 시대’가 근본적으로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빚더미 시대’가 졸업 후 돈을 버는 이후로 미뤄지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소득 발생 후 상환하는 것이므로 지금보다 진전된 제도라 환영하지만, 본질적으로 ‘등록금 빚더미 시대’는 해결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만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번 등록금 후불제의 경우, 학생이 필요로 하는 등록금 전액을 정부가 한국장학재단의 채권 발행을 통해 빌려주고 일정 소득 발생 전까지는 이자를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에 등록금 원금이 올라갈수록 정부의 재정 부담도 증가하게 된다. 이 정부 들어 정부의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서라도, 등록금 후불제가 안착하기 위해서라도 등록금 후불제는 등록금 상한제와 한 몸처럼 도입되어야 하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당장 부담해야 하는 등록금 압박이 뒤로 미뤄져 등록금 인상에 대한 저항이 약화한 틈을 타 대학들이 등록금을 마구 올리기라도 한다면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국가는 국가대로 부담이 폭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들도 등록금 후불제와 적정한 선에서 등록금 액수를 정하는 등록금 상한제를 동시에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벌써부터 대학들은 2010년 등록금을 대폭 인상할 기세다. 경기가 어려웠던 2008년에도 국공립대는 8.7%, 사립대 6.7% 등록금을 인상했다. 보통 물가인상률보다 3~4배씩 올리는 것이 그간 대학들의 관행이었음을 볼 때 등록금 폭증은 더욱 우려스럽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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