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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송추계곡 '식당이 왕, 피서객은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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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송추계곡 '식당이 왕, 피서객은 봉'

입력
2009.08.10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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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계곡에 들어가겠다는데 왜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어야만 한다는 말이예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사는 주부 최미진(39)씨는 주말인 8일 가족과 함께 북한산국립공원 송추계곡을 찾았다가 계곡 옆 음식점 주인과 한바탕 실랑이를 벌였다. 음식점 주인은 음식을 주문해야 아이들이 계곡물로 들어갈 수 있다며 일종의 '자릿세'를 요구했다. 계곡 옆 자갈 밭은 이 음식점이 깔아 둔 평상들이 이미 다 차지한 상태였다.

최씨 가족은 계곡을 따라 더 올라갔지만, 계곡 입구부터 꼭대기까지 음식점들이 모두 차지한 채 물가에 모두 평상이나 자리를 깔아 놓고 영업을 하고 있어 한치의 쉴 곳도 찾을 수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계곡 옆 음식점에서 3만5,000원짜리 닭백숙을 주문하고서야 겨우 계곡 아래로 내려갈 수 있었던 최씨 가족은 "봉이 김선달도 아니고, 국립공원 계곡을 자기 안마당인 양 장사하는 모습에 놀랐다"며 "당국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름 휴가철 서울 근교 국립공원 계곡을 음식점들이 불법 점령하고 있다. 더위를 피해 계곡을 찾은 시민들은 음식점의 허락 없이는 계곡에 접근도 못하는 어이없는 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에 따르면 198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경기 양주시 장흥면 송추계곡의 경우 입구부터 상류까지 2km 구간에 58개 음식점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이들은 계곡 옆 공터나 자갈 밭에 모조리 평상이나 자리를 깔아놓고 마치 자신들의 땅인 양 장사를 하고 있다. 업소마다 계곡 옆에 펼쳐놓은 평상이 적게는 4개에서 많게는 10개 이상이나 됐다.

음식점을 이용하지 않는 피서객들은 빽빽하게 놓여진 평상 때문에 계곡물에 발 한번 담그기 힘든 상황이다.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한 피서객은 "집에서 음식을 마련해왔는데도, 계곡 옆에 편히 앉아 먹을 곳이 없어서 식당에 따로 음식값을 치렀다"며 어이없어 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당국은 "현재로선 식당들을 이주시키지 않는 한 별다른 대안이 없다"며 방치하고 있다. 단속을 맡고 있는 국립공원관리공단 도봉사무소 송추분소 관계자는 "자진철거 기간 등을 준 뒤 강제철거에 나서기도 했으나 주인들이 평상을 다시 갖다 놓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며 "관할 행정관청에 고발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업주들이 막무가내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 한철 장사라는 생각에 업주들은 과태료에도 불구하고 배짱 영업을 한다는 얘기다.

관리공단은 2005년 계곡에서 약 200m 떨어진 북한산 탐방로 입구에 부지(50,500㎡)를 마련해 음식점들을 이주시키는 계획을 세웠으나, 예산 부족에다 관계기관들의 입장마저 엇갈려 진행은 더딘 상태다.

도봉산사무소 관계자는 "전체 예산 205억원 중 환경부로부터 지원받은 예산은 20억원밖에 없다"며 "먼저 시행된 북한산성 인근 음식점들의 이주 사업에 예산이 집중돼 있는데, 그 쪽 사업이 마무리되는 내년에는 예산 지원을 받아 본격적인 이주작업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음식점 주인들은 매출이 떨어질 것이라며 이주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양주시도 아예 송추계곡의 국립공원 해제를 추진하며 음식점 주인들을 거들고 있다.

양주시는 한달 전 환경부에 "송추계곡이 사람의 왕래가 잦고 보호종이나 희귀종이 없어 더 이상 국립공원으로서 가치가 없다"는 내용의 용역보고서와 함께 국립공원 해제를 요구하는 공문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박현수 도봉산사무소 자원보전팀장은 "일부 고려해야 할 측면이 있지만, 계곡 옆 식당들을 철거하고 환경을 되살린 뒤 나중에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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