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한국형 우주발사체(KSLV_Ⅰ) '나로호'의 발사가 또 다시 연기됐다. 애초에 4월로 예정된 발사가 여섯 차례나 연기된 끝에 14~16일로 예정일이 잡혔다. 자체 우주기지에서 자력으로 발사체를 쏘아올려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우주 클럽'의 회원국이 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실감하면서, 이 모든 곡절이 그저 호사다마이길 빈다.
그 동안의 발사 연기는 1단 액체로켓 개발ㆍ제작을 맡은 러시아측의 작업 지연이 주된 이유였다. 1단 로켓은 발사와 그 직후의 속도ㆍ방향 유지 등 발사 성패를 좌우하는 발사체의 핵심이다. 미세한 결함이나 사소한 부주의도 허용될 수 없다는 점에서, 작업 지연은 완벽을 기하려는 것으로 좋게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1단 로켓 연소시험에서 나타난 '기술적 문제'를 이유로 11일 발사 일정을 연기했다가 단순한 '측정 오류'라고 밝힌 러시아측의 자세는 일말의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로켓성능과 무관하다니 다행이지만, 다른 부분에서 그런 '측정 오류'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게 된 때문이다. 개발ㆍ제작ㆍ시험 과정에 한국 과학기술자의 참여만 보장됐어도 대부분 덜었을 법한 우려다.
물론 어떤 우주강국도 로켓 발사는 100% 성공을 장담하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불안정성이 내재한 고온ㆍ고압 상태를 완벽하게 제어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신형 로켓은 성공 확률이 27% 남짓하다. '나로호'가 첫 한국형 발사체인 데다 러시아 1단 로켓도 신형이어서 우려가 더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 '나로호' 사업이 러시아 신형로켓의 시험무대가 되리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1단 로켓을 비롯한 핵심부분을 독자기술이 떠맡는 KSLV_Ⅱ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적 기대로 보아서는 하루빨리 '나로호' 발사에 성공하고, 여세를 몰아 독자형 발사체 개발로 달려 마땅하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우주개발의 기술현실과 조화시켜야 달성되지, 고비용의 독자 개발이 능사는 아니다. '나로호'의 발사 성공을 참을성 있게 기다렸듯, 그 이후에도 은근과 끈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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