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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2009 유럽바둑콩그레스 참관기-"중국 '바둑 공정'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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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2009 유럽바둑콩그레스 참관기-"중국 '바둑 공정' 시작됐다"

입력
2009.08.10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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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 휴가철을 맞아 유럽 각지를 순회하며 열리는 '2009 유럽바둑콩그레스'가 올해는 지난달 24일(현지 시간)부터 이달 8일까지 네덜란드 북부의 문화ㆍ상업 중심 도시 흐로닝언에서 열리고 있다.

유럽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60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명실상부한 세계 바둑인들의 대축제로 자리매김한 이번 대회에 한국에서는 양재호(9단) 김성래(4단) 김형환(4단) 등 프로 기사와 아마추어 선수 20여명이 참가했다. 독일에서 바둑 보급 활동을 펴고 있는 윤영선(5단)도 현지에서 합류했다.

24일 오후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에 도착, 차로 두 시간을 달려 대회가 열리는 흐로닝언의 햄프셔플라자 호텔에 이르니 마틴 스티아스니 유럽바둑협회장이 반갑게 일행을 맞았다.

등록 절차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와 한 술 뜨고 나서도 밖은 여전히 훤하다. 흐로닝언은 북위 53도로 동쪽으로 선을 쭉 그으면 바이칼호를 지나 캄차카반도에 닿는다. 하지가 지난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밤 10시가 지나야 해가 진다. 이튿날부터 대회가 시작됐다.

올해로 53회째인 유럽바둑콩그레스는 하루에 한 판씩 열흘 간 계속되는 메인 토너먼트 외에도 주말에 열리는 위크엔드 토너먼트, 30분 타임아웃제 초속기인 데일리 래피드, 9줄과 13줄 바둑, 페어 경기 등 다양한 종목이 열렸다.

사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공식 경기보다도 대회 기간 중 세계 각국의 바둑 동호인들과 만나 자유롭게 대국을 하고 대화를 나누는 데서 더 큰 즐거움을 느끼는 듯 했다. 그야말로 진정한 바둑 축제다.

메인 토너먼트는 5일 현재 한국의 김은국과 황인성이 1, 2위로 앞서 가고 있고, 한국에서 입단한 러시아 출신 프로 기사 디너스타인이 3위, 김준상 윤상준 오치민이 4~6위를 달리고 있다. 유럽인으로는 네덜란드의 노장 롭 반 자이스트가 간신히 8위에 랭크된 정도다.

이밖에 초속기 시합에서도 오치민 김은국 김준상 트리오가 1~3위를 휩쓸어 좀 심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서 올해 유럽바둑협회 정기총회서는 앞으로 메인 토너먼트를 세계 각국 선수가 모두 참여하는 것과 유럽인들만 참여하는 것으로 분리하는 방안이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유럽바둑콩그레스에 초청된 프로 기사의 역할은 다면기와 강좌 등 각종 프로그램 진행과 대국자들의 복기 요청에 응해 검토와 해설을 해 주는 것이었다.

유럽의 참가자들은 거의 다 바둑을 두면서 반드시 기록을 하고 나중에 프로기사에게 검토를 요청하는 게 일상적인데 바둑 실력도 강하고 얼굴도 예쁜 데다 특히 영어와 독일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윤영선의 인기가 대단했다. 스티아스니 유럽바둑협회장이 "향후 유럽 바둑계의 매우 중요한 인물이 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할 정도였다.

유럽 바둑계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2009년 현재 유럽바둑협회 회원국이 무려 36개국으로 유럽바둑콩그레스를 비롯, 연간 15차례 이상의 크고 작은 국제바둑대회가 열리고 있고 앞으로 5년 내 프로 기사 제도가 도입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여파로 일본 대만 등 아시아 바둑계의 지원이 크게 줄어 어려움이 많은 듯했다.

올해 유럽바둑콩그레스 스폰서는 중국 쓰촨성의 주예칭 차회사가 맡았다. 1만2,000유로(약 2,200만원)를 후원했다는 이 회사는 개막식에서 대단한 대접을 받았다. 주최 측의 간단한 개회사에 비해 중국 프로기사 장원뚱(9단)과 네덜란드 주재 중국 참사, 주예칭 차회사 관계자의 축사와 홍보가 길게 이어졌고 중국의 전통 사자놀이가 뒤를 이었다.

그밖에 대회장 로비 곳곳에 걸린 플래카드와 대회 관련 모든 인쇄물에는 주예칭회사의 로고가 선명했다. 후원사에 대한 확실한 보답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7월 31일에 열린 유럽바둑협회 정기총회에는 2003년에 출범한 세계화교바둑연합회장이 특별 초대돼 바야흐로 중국의 '바둑 공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바둑에서도 드디어 '도광양회'(韜光養晦ㆍ빛을 감추고 힘을 기름)를 벗어나 '유소작위'(有所作爲ㆍ필요할 때 역할을 마다하지 않음)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김종열 한국기원 홍보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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