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전격 방북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8ㆍ15 광복절 경축사 대북 메시지가 주목을 받고 있다. 통상 역대 대통령들은 집권 초 8ㆍ15를 계기로 주요 대북 제안을 해왔고, 청와대 역시 이번 8ㆍ15에 맞춰 대북 제안을 구상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클린턴의 방북은 남북관계를 뒤쳐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키우고 있다.
8ㆍ15 메시지의 가장 큰 변수는 억류된 우리 국민들이 언제 석방되는지이다. 정부는 일단 북한이 6일로 각각 억류 130일, 8일째인 개성공단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와 800연안호 선원 4명을 8ㆍ15 이전에 풀어줄 가능성에 주목한다.
미국 여기자들을 석방한 북한이 우리 국민만 마냥 억류한다면 남한과 국제사회의 여론이 악화할 게 분명하다. 당장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이날 "북한은 말로는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미국과 남한을 차별해 실망"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 형사소송법상 유씨 구속 기한은 최대 5개월로, 이제 기한이 20여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도 석방 기대를 높인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도 유씨 문제를 이번에 털고 가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고민은 깊다. 일단 8ㆍ15 전에 유씨 등이 풀려난다면 이 대통령이 경축사를 통해 전향적 조치를 제안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억류자들의 귀환 가능성은 많지는 않아 보인다.
때문에 경색된 남북관계를 감안한다면 8ㆍ15를 아무런 메시지 없이 그냥 넘길 수는 없는 입장이고, 그렇다고 대북정책 원칙을 훼손하면서 '선물'을 제시하는 등의 거창한 구상을 밝힐 수도 없는 것에 청와대의 고민이 있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관계자는 "8ㆍ15 메시지로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던 부분 중 인도적인 분야에 한해 정부가 직접 북한을 도울 수 있는 방안 등이 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ㆍ유아 등 취약 계층을 도울 수 있도록 북한 내 대형병원 건립 지원 등을 한 방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 주민 인권 보호에 도움이 되고 국제 여론을 환기하는데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북한이 제안을 거부하더라도 정치적 부담이 적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 재개, 대북 식량 지원 카드 등도 검토되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은 북한의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없이는 북미대화에 선뜻 나서기 힘들어 우리도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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