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방북과 그 성과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이 모호하다.
먼저 정부는 방북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듯한 태도이다.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등 당국자들은 4, 5일 이틀 동안 "클린턴 개인 차원의 방문일 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는 없다" 등의 반응만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도적 목적의 사적 방문으로, 여기자들이 석방됐으니 그것으로 끝"이라며 "더 이상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복잡한 속내에서 기인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 만남이 북미관계의 돌파구로 이어져 북한이 미국과 통하고 남한과는 문을 닫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석방된 미국 여기자들이 북한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와 800연안호 선원 4명을 연상시키는 것도 정부에겐 부담이다. 북한이 미국인만 풀어주고 우리 국민에 대해서만 장기 억류한다면 정부의 무능함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한 당국자는 "우리 억류 사건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여기자 석방은 솔직히 부담을 키웠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정치권 등 사이에서 제기되는 '특사 파견' 필요성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대북 공식 비공식 채널이 끊긴 상황에서 특사 파견 자체가 여의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김근식 경남대학교 교수는 "북미대화가 급물살을 타면 남북관계의 속도를 주문하는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서둘러 남북 채널을 되살려 클린턴처럼 중량감 있는 인사를 파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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