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한국 남성과 결혼하기 위해 베트남에서 건너온 A(23ㆍ여)씨는 근심이 가득하다. 결혼중개업소를 통해 만난 남편은 생각과는 달리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도 못했고 직장도 없었다.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했지만 임신까지 한 상태였다.
냉엄한 현실을 깨닫고 일자리를 구하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정보도 없고 언어장벽에 막혀 번번히 실패했다. 출산 후에는 비용 문제로 고통을 겪었다. 산후조리는 꿈도 꾸지 못했고 신생아를 돌보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10년, 20년 후의 일이다.
자신보다 20살이나 많은 남편이 경제능력을 상실할 경우 A씨가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저도 그렇고 남편도 그렇고 너무 준비 없이 결혼해 생활에 큰 어려움이 많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다 어려움에 빠진 A씨와 같은 사례가 재현되지 않도록 서울시가 발벗고 나섰다. 서울시는 6일 결혼 이민여성의 출산과 자녀교육 등 다문화 가족이 빠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지원하는 '한울타리 플랜'을 하반기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시는'한울타리 플랜'17개 사업에 총 35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국제결혼 준비학교'다. 시는 국제결혼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혼율 증가, 가족해체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해 '국제학교 준비학교'를 열어 예비신랑들에게 20시간씩 국제결혼의 성공과 실패 사례 등을 중심으로 교육할 방침이다.
교육과정을 수료하는 남성은 1인당 100만원의 결혼식 비용을 지원받게 된다. 조은희 여성가족정책관은 "국제결혼에 대한 사전정보 미흡과 이해부족이 가족해체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 이민여성들에 대한 대한 지원책도 강화됐다. 아이들의 학교생활 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가족과 대학생 과외선생님을 연결해 주는 '자녀학습 해피 메이트'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결혼이민 여성들의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을 위해 강남ㆍ북에 1곳씩 한국어 특별반을 운영하고, 여성인력개발센터와 연계해 맞춤형 직업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러빙맘(산모도우미 및 아이돌보미)'도 선보인다. 시는 각국 출산문화를 교육받은 산모도우미 15명을 우선 양성해 배치할 예정이다. 전국가구 평균 소득 이하인 다문화가족에는 아이돌보미 사용료(시간당 4,000원)의 50%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 시립 은평병원에 다문화가족을 위한 '정신건강클리닉'을 개설해 매주 금요일 우울증 등 정신과 상담과 심리치료를 무료로 실시한다.
시는 특히 결혼이민자 50명으로 모니터링단을 구성해 정책 모니터링과 제안에 직접 참여시키기로 했다. 또 여성부와 함께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이민 여성들의 거주공간과 자립을 돕는 '이주여성 자활지원센터'도 건립할 계획이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은 전국(14만4,385명)의 25%인 3만6,532명으로 경기도 다음으로 많다.
강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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