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시간 전까지 유나와 나는 북한의 죄수였는데… 갑자기 간수가 면담이 있다고 소환해 긴장된 마음으로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장소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문을 열었는데 그곳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서 있었습니다."
5일 새벽 6시30분(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북부 버뱅크시 밥호프공항 격납고에서 북한 억류 141일 만에 미국에 돌아온 두 미국 여기자 중 한 명인 중국계 로라 링 기자는 강제수용소에 보내질까 두려움에 떨었다며 귀국 소감을 밝혔다.
앞서 5시 50분 두 여기자와 빌 클린턴 전대통령 등 방북단이 실은 비행기가 밥호프 공항에 착륙했다. 아무런 표시도 없이 흰색으로만 칠해진 비행기의 외양이 억류 여기자 귀환이라는 인도적 차원의 임무가 복잡한 대북 외교와 전혀 무관함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CNN기자가 보도했다.
격납고로 비행기가 견인된 후 6시15분 비행기 문이 열리자 한국계 유나 리 기자가 가장 먼저 트랩을 내려와 5살 된 딸 하나와 감격적인 포옹을 나눴다. 뒤 이어 내린 로라 링 기자도 가족들과 뜨겁게 포옹했다.
가족과 상봉의 기쁨을 나눈 후 로라 링 기자는 "억류 140일 동안이 내 생애에 가장 가슴을 졸인 시간이었다"고 억류기간을 회고하고, 자신들을 구해준 빌 클린턴과 방북단은 "엄청나게 멋진 팀"이라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어 이들을 북한 국경지역으로 취재를 보냈던 커런트TV 경영자인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이들에 대한 환영과 클린턴 전대통령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한 후 짧은 기자회견을 마쳤다.
두 기자의 석방 주역인 클린턴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 동안 뒤에서 지켜만 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클린턴은 뉴욕 사무소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두 여기자가 오랜 기간 시련을 겪었다"며 "이들이 가족과 다시 만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동결과를 전달할 예정이다.
두 기자의 회견 직후 오바마 미 대통령도 백악관 현관 앞에서 이들의 무사귀환을 환영하는 성명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두 기자가 가족들과 상봉하는 장면을 TV로 지켜봤다"며 "이 장면은 가족들 뿐 아니라 미국 전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별도 브리핑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매우 기뻐했다"고 밝혔다. 이어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를 소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과도 없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기브스는 또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번 방북 결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백악관에 보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