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공장을 점거, 77일 동안 강경 투쟁해온 쌍용차 노조가 마침내 파업을 끝냈다. '좀더 일찍 이렇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극적인 막판 협상 타결로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긴 파업이 남긴 손실과 상처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쌍용차는 청산가치를 뺀 존속가치(3,890억원)와 맞먹는 3,000억원 이상의 생산손실을 입었다. 견디다 못한 600여개 협력업체가 조기파산 신청까지 했고, 평택 지역경제는 엉망이 됐다. 노ㆍ노 충돌로 동료애는 사라지고 갈등의 골도 깊어졌다. 더구나 강제진압을 시도한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로 양측에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단전과 단수라는 비인간적 수단으로 농성자들을 압박하는 모습이 국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래서 어제의 노사 합의는 의미가 크다. 쌍용차 가족, 협력업체, 평택시민은 물론 오랜만에 여야 정치권까지 한 목소리로 평화적 해결을 바랐기 때문이다. 쌍용차 노사가 이런 바람을 외면하지 않은 점이 다행스럽다. 노조가 여론에 밀려서, 잇따른 이탈과 내부 분열로 더 이상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쌍용차 사태는 노사문제의 해결책이 '대화와 타협'이며, 강경투쟁으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노사는 공동운명체임을 재확인케 했다. 회사의 위기는 곧 노조의 위기이며, 이를 극복하고 상생하기 위해서는 이기주의를 버리고 합심해야만 한다는 사실도 알게 해주었다.
사실 쌍용차 사태는 세계적 자동차산업의 위기에 직격탄을 맞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한 구조조정을 노조가 인정하지 않은 데서 시작됐다. 오히려 회사의 절박한 상황과 파산이 미칠 경제적 파급효과를 무기로 강경투쟁에 집착하며 정부에 일방적 지원을 요구하는 억지를 부렸다. 늦게나마 노조가 이런 태도를 버렸기에 회사 역시 극단의 수단을 버리고 최종 수정안에서 한 걸음 더 물러설 수 있었다.
상황은 더 나빠졌다 해도 쌍용차는 이제 '회생'으로 가는 길을 만들었다. 쉽지 않지만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듯' 노사와 협력업체, 지역사회가 뭉쳐 최선을 다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당장 협력업체들이 파산신청을 철회하고 공장 조기 정상화에 협력하겠다고 나선 것도 반갑다. 보란 듯이 일어서 회사를 떠나는 동료들을 빨리 다시 맞이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도 단순히 한 기업이 아니라 20만 국민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는 점을 잊지 말고 지원과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제부터 쌍용차에 필요한 것은 '매'가 아니라 '사랑'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