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마음이 담긴 친필 서명은 책을 더욱 빛나게 한다. 서울 구기동 삼성출판박물관이 10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여는 '책을 건네다 : 저자서명본'전은 김종규(70) 삼성출판박물관장이 교류한 문화 예술계 인사로부터 받은 친필서명본 100권을 모았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시인 고은, 김지하, 소설가 김주영, 김훈, 배우 김혜자, 최불암씨 등이 자신의 책을 선물하면서 정성스레 써넣은 문구들이 전시장에 나온다. '문화계 마당발'로 통하는 김 관장이기에 가능한 전시다.
만화가 박재동씨는 자신의 책에 김 관장의 얼굴을 그려 넣었고, 철학자 도올 김용옥씨도 책 속지에 개성 있는 그림을 그렸다. 전각가 정병례씨는 김 관장의 이름을 전서체로 썼으며, 최불암씨는 자전 에세이를 보내며 '늘 고마운 김종규 사장님, 부끄러운 최불암 올림'이라고 적었다. 김 관장의 '김(金)' 자에 눈을 그려 넣은 중광스님의 글씨는 웃음을 자아낸다. 작고한 구상 시인은 딱 이름 두 글자만 쓰고 인장을 찍었다.
구 시인을 포함해 100명 중 10명의 저자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김 관장은 "의형제를 맺었던 구상 시인으로부터 '인연을 살려 쓸 줄 알라'는 가르침을 얻었다"면서 "자신의 힘을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간관계"라고 말했다.
"혜존(惠存), 졸저(拙著)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저자 서명본에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자신을 낮추는 겸손의 미덕이 담겨 있습니다. 단순히 유명 저자의 친필서명이 아니라, 바람직한 소통의 문화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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