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이 경색된 북미관계를 술술 풀어 줄 마스터키는 아니다. 다만 북미가 대화 의지를 확인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신속한 보도 등을 통해 기대에 찬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미국도 현재로선 "변한 게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 등 국제사회의 눈과 국내 여론을 의식한 의도적 신중 모드일 가능성이 크다.
9, 10월이 북미관계 전환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50일 전투'를 통해 내부 결속을 충분히 다졌다고 판단하면 전투 종료 시점(9월18일)에 맞추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수 있다. 10월6일 평양에서 열리는 북중 우호의 해 폐막식에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참석하는데, 그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6자 회담 재개 분위기를 조성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이 8월 또는 9월 초 서둘러 대북 특사를 보낼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10월 중순께 본격적 북미 대화가 시작되는 것은 최상의 시나리오다.
현실적으로는 북미가 대화의 틀과 상호 신뢰 보장 문제를 두고 장기간 줄다리기를 할 공산이 크다. 미국은 6자 회담 틀 유지를 강조하고 있고, 북한은 북미 양자 대화에만 무게를 싣고 있다. 북한은 "6자 회담에 절대로 복귀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하지만 북한은 '북미 양자 대화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전제된다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2003년 2차 북핵 위기 때도 북한은 양자 회담을 고집하다 북미중 3자 회담을 거쳐 6자 회담을 수용한 전례가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6자 회담 틀 속에서 북미 대화를 진행해 실리를 챙기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미국은 당분간 대화와 제재의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다 북한이 핵 불능화 재개 선언 등 전향적 의지를 표명하면 대화 국면으로 급속히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대화가 시작된다 해도 '미국의 북한 적대시 정책 폐기'와 '북한의 비가역적 핵 불능화 조치'라는 북미 양측의 협상 목표간 간격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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