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휴가를 마치고 돌아옴에 따라 내각과 청와대 개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개편 범위에 대해서는 소폭설과 중폭 이상설이 여전히 엇갈리는데, 이 대통령의 의중은 정확히 알 수 없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정무적 판단 보완, 민심 반영, 당정 소통 차원에서 한나라당 의원 3~4명의 장관 기용과 대폭 개각을 건의하고 나섰다.
인적 쇄신만으로는 모자라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을 총리로 발탁하느냐다. 알려진 대로 총리 교체가 기정사실이라면 이번엔 좀 젊고 소통능력과 유머감각을 갖춘 인사를 기용했으면 좋겠다. 정치인 입각문제는 대통령과 신임 총리가 협의해서 판단할 일이다.
하지만 인적 쇄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임기 5년의 3분의 1 가까이 지난 지금은 이명박 정부 집권 2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의 문제점부터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현행 정부조직은 효율적이지 못하며 오히려 문제가 더 많은 것 같다. 청와대 조직도 그렇지만, 정부 부처의 구성과 조직은 새로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가장 큰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은 교육과학기술부다. 교육부와 과학기술부의 통합은 조직 통폐합을 하면서 흔히 쓰는 말인 '화학적 결합'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아마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통합의 결과,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는 과학업무에 대한 홀대만 두드러졌을 뿐이다. 이명박 정부의 첫 교과부장관은 공학자였지만, 그는 과학 쪽에 별로 공을 들이지도 못한 채 교과부 간부들의 '모교 국비지원'이라는 교육사건 때문에 물러나야 했다. 청와대에는 교육과학문화수석이 있지만 기능이 거의 없어 과학계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방송위원회의 방송 정책 및 규제기능과 정보통신부의 통신서비스 정책과 규제 기능을 한데 모은 방송통신위원회도 모양이 우습다.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라지만, 위원회가 집행기구 역할까지 하는 것은 어색하다. 그리고 방송에 비해 정보통신 진흥에 관한 업무가 상대적으로 취약해지고 있다. 두 분야의 융합을 지향한다는 게 통폐합 취지였지만 이 부분도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해 정부조직을 새로 짜면서 제일 먼저 없앤 국정홍보처 문제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론정책에 대한 반감에서 언론의 지지를 받으며 국정홍보처를 없앴지만, 지금은 여러 모로 불편하다는 소리가 들린다. 본질적으로 장기적 업무인 문화정책과, 단기적이고 즉시적일 수밖에 없는 홍보업무를 문화체육관광부 안에 몰아 넣었으니 어울릴 리도 없다.
이 조직을 언론만 상대하는 국정ㆍ정부ㆍ정권 홍보기구로만 생각하는 것부터 바꿔야 한다. 나라와 국가를 홍보하는 조직이라고 인식을 바꾸면 개선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올해 1월, 대내외적 국가 위상과 품격을 높이고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취지에서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를 발족시켰는데, 이런 조직을 흡수해서 국가홍보와 국정홍보를 아우르는 새 판을 짤 필요가 있다. 예로 든 곳들 말고도 문제점이 있는 곳은 많을 것이다.
지금은 대외ㆍ대민 업무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시대다. 노무현정부 말기에 공무원을 계속 늘린다 해서 많은 사람들이 비난했지만, 철학이 없는 '작은 정부'가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며 강박적으로 전 정권과 다르게 하려 하는 것도 잘못이다. 놀고 먹는 사람은 퇴출하고 감축한다는 것을 대전제로, 정부 조직을 재편성하는 것이 좋겠다.
실패 자인ㆍ비난 겁내지 말고
정부 출범 2년도 안 돼 조직 개편을 논의하는 것은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며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을 일이다. 설령 문제점을 절감하고 인정한다 해도 아무나 섣불리 개선을 제기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잘 굴러가지 않는 조직을 고집스럽게 그대로 운영하는 것보다는 지금이라도 서둘러 고치는 것이 낫다. 국가 장래를 위해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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