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지상에 각종 노동이슈와 빈곤 문제 기사들이 넘쳐 난지 오래되었다. 비정규직법 개정 파동, 정리해고를 둘러싼 쌍용차 사태, 워킹 푸어(working poor)로 부르는 일하는 빈곤층 의 확산, 심각한 소득 양극화 등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렇게 노동과 복지에 관련된 많은 이슈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에서 특히 주목할 것이 있다.
노동ㆍ복지문제 통합적 해결
먼저 우리 노동문제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결과적으로 노동시장이 너무 경직적이라는 사실이다. 또 복지문제의 핵심은 사회 안전망이 너무 취약한 수준이라는 점에 논의가 수렴된다. 그런데 이 두 문제를 통합적으로 풀 수 있는 정책적 혼합(policy mix)에 대해서는 심각한 논의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는다. '노동정책 따로, 복지정책 따로'수준이다.
최근에 이런 인식수준을 새삼 심각하게 성찰할 수 있는 사례가 보도되었다. 2009년 OECD 국가의 노동시장 유연성 비교에서 한국은 30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인데 비해 덴마크가 1위로 나타난 것이다. 덴마크는 노조 조직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이른바 사회민주의의가 지배적인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노동시장 유연성이 세계 1위라는 점은 상당히 의외라고 여길 수 있다. 여기서 노동시장 유연성은 해고가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고가 그렇게 자유로우면서도 덴마크의 노동시장이나 경제사회가 안정될 수 있는 비결은 관대한 복지수준과 함께 취업알선과 직업훈련 중심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황금 삼각형 모델'로 불리는 덴마크에서는 실직할 경우에도 먹고 살 수 있는 사회적 보장이 있고, 다시 일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돕기 때문에 기업 형편에 따른 해고가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은 다시 일자리를 창출해서 실직자를 흡수한다.
우리도 그렇게 따라 할 수 없을까.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해 극단적 투쟁을 하는 노동자, 기업사정과 관계없이 해고가 어려우니 아예 최소 고용을 하는 기업들을 보면 이제 무엇인가 작은 변화의 단초라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가 덴마크처럼 당장 바뀌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 관대한 복지나 확고한 사회안전망은 조세부담의 상당한 증대 없이는 어렵다. 덴마크의 황금 삼각형 모델은 소득의 50% 이상을 세금으로 내는 세계 최고수준의 조세부담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의 2배를 넘는 조세부담에 동의할 기업인이나 노동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황금 삼각형 모델은 고사하고 노동시장 경직성, 사회안전망 취약, 양극화된 소득계층이라는 삼각형의 덫에 갇힌 우리 입장에서는 차선책이라도 생각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미래와 남을 위해 세금을 더 내라는 거창한 논리에는 수긍하기를 대체로 주저하지만, 다행히 이웃이 일하겠다고 노력하면 도와주어야 한다는 미시적인 사회정의 의식은 강한 편이다.
보다 넓은 계층 돌보는 방안
이런 현실을 감안한다면 고용보험을 비롯한 사회보험에 적정한 재정을 지원하는 동시에 정규직과 대기업들의 사회보장 부담을 늘려 보다 넓은 계층을 돌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워킹 푸어와 비정규직, 실직자, 신규 청년실업자 등에게 실질적 보호 혜택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보험 기금을 통해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훨씬 다양화해야 할 것이다.
이런 조치들은 빈곤 예방이라는 취지도 있기에 수혜조건이 너무 엄격하고 제한적이지 않도록 제도의 관대성을 용인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런 사회안전망 확충은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목표와 연계해 세금이나 분담금을 더 내는 이들이 시장경제 활성화와 사회적 연대가 공존할 수 있는 출구를 열었다는 사회적 보람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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