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들은 저에게 정치인을 유혹하라고 합니다. 좌파 정치인이든 우파 정치인이든 가리지 않습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 나눈 음란한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가 지난달 20일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이탈리아를 발칵 흔들어 놓은 섹스 스캔들 당사자 파트리치아 다다리오(42ㆍ사진)가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 6일자에 이탈리아에 만연한 정치판의 추악한 시스템을 폭로했다.
사업가들이 정치인을 포섭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성들을 이용하는 것이 이탈리아 정치판의 작동원리라는 것이다. 다다리오는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만나기 전에도 여러 사업가들로부터 그런 제의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다다리오에 따르면 접대여성들은 사업가를 통해 포섭 대상의 정치인에게 접근하고 그와 친분을 유지하면서 부와 명예를 누리게 된다. 다다리오 또한 자신의 고향인 남부 항구도시 바리 출신 사업가 기암파올로 타란티니 주선으로 베를루스코니를 만난 것을 계기로 그런 호사스러운 삶을 누릴 뻔했다.
지난해 11월 버락 오바마가 새로운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되던 날, 다다리오는 로마의 베를루스코니 사택에서 벌어진 밤샘 파티 참석했다. 매춘여성에 불과했던 다다리오는 그날 파티 이후 총리의 후원을 등에 업고 유럽의회 의원후보 공천까지 받았다.
만일을 대비해 몰래 녹음해 두었던 베를루스코니와의 은밀한 대화 테이프는 다다리오 개인의 은밀한 비밀로 남는 듯 했다. 하지만 5월3일 베를루스코니의 부인 베로니카 라리오가 끊이지 않는 남편의 추문을 견디지 못해 정식으로 이혼을 요구하면서 다다리오의 유럽의회 의원직 꿈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당황한 총리가 다다리오의 후보 출마를 막고 나선 것.
게다가 다다리오는 타란티니의 매춘 알선과 부패 혐의를 수사하던 바리 지역 검사의 소환 통보도 받았다. 다급해진 다다리오는 총리를 찾아 도움을 청했지만 허사였다. 애초 친구와의 통화가 감청돼 녹취의 존재를 총리 측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의심한 다다리오는 결국 언론을 찾았다. 그는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밝혔다"고 말했다.
섹스 스캔들이 터지자 그녀와의 관계를 부인했던 총리는 녹취가 인터넷에 공개된 이후 "나는 성인(聖人)이 아니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다다리오는 "지난해 11월 파티에 참석했던 20여명의 여성 중에 나만이 진실을 말한 사람"이라며 "만약 다른 사람들도 진실을 말한다면 이런 (추악한) 정치시스템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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