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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尼 소수민족 가나다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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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尼 소수민족 가나다라 쓴다

입력
2009.08.07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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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인도네시아의 한 소수민족이 한글을 공식 표기문자로 채택했다.

훈민정음학회는 6일 지난해 7월 21일 인도네시아 동남부에 위치한 술라웨시주(州) 부톤섬 바우바우시(市)와 ‘한글보급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곳에 거주하는 인구 6만여명의 ‘찌아찌아’족이 한글로 자신들의 말을 표기하게 됐다.

원주민 찌아찌아족은 고유언어로 말은 하지만 글로 쓸 수는 없어 자신들의 고유역사와 문화에 대한 기록이 전무하다. 학교에서도 공식 언어인 인도네시아어 교재로 학습을 하고 있어 자신들의 고유언어와 문화를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MOU 체결로 훈민정음학회는 7월부터 찌아찌아족 초등학생 50여명에게 한글로 된 찌아찌아어 교과서 40부를 배포하고 주 4시간씩 교육을 시작했다.

한글표기와 별도로, 한국어 교육도 진행되고 있다.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한 찌아찌아족 국립 제6고등학교 학생 150여명은 매주 8시간씩 한국어 교육을 받고 있다. 바우바우시는 9월 찌아찌아족 밀집지역 ‘소라올리오’ 지구에 한국센터 건물을 착공하고 당장 시급한 한국어 교사 양성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이 한글을 표기문자로 채택하게 된 데에는 찌아찌아어의 한글 발음표기가 비교적 쉽다는 점 외에도 한류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훈민정음학회의 이호영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바우바우시의 경우 삼성 휴대폰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기아차를 관차로 사용하는 등 한류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한글’전파는 말은 하지만 문자화하지 못하는 소수민족에게 ‘문화의 빛’을 던져준 것이라는 점에서 일반 외국인에 대한 한국어의 전파와는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2007년 8월 창립한 훈민정음학회는 태국 치앙마이 라오족,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오로첸족, 네팔 체광족 등 소수민족에게 여러 차례 한글을 전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해당 중앙정부의 비협조와 언어구조상의 차이로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한국어’ 세계화 뿐 아니라 ‘한글’ 세계화도 같이 이뤄간다면 시너지 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며 “민간 재단에서 지원하는 연간 5,000만원으로는 적극적인 사업을 펼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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