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에 늘 관심 갖지만 진보신당이 이메일로 보내는 보도자료를 잘 읽지 않는다. 사회 현안 논평이 진보의 이상을 앞세우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상식이나 순리와 동떨어지면 참고할 게 없다. 쌓이는 다른 메일처럼 일일이 지우기 귀찮아 아예 '수신거부'할까 하다가 그냥 제목만 본다. 그런데 어제 아침, 노회찬 대표가 <쌍용차 살인진압 반대를 위한 단식농성> 에 들어가면서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 편지는 꼼꼼히 읽었다. 드물게 상식과 순리를 아는 듯한 정치인의 글이 궁금했다. 쌍용차>
■노 대표는 "무저항 상태인 노조원을 군화발로 짓밟으며 진압봉으로 내리치는 장면은 1980년 공수특전대원들이 광주시민을 살인 진압하던 바로 그 모습"이라고 썼다. 나름대로 무장한 노조원과 경찰의 치열한 공방을 곧장 '광주 살인진압'에 견준 것부터 상식 밖이다. 다분히 선동적이다. 이어 "부당한 정리해고에 항의하는 생계형 파업을 벌였을 뿐인데도 테러진압부대인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다"며 "그들이 폭도인가, 테러리스트인가?"라고 물었다. 쌍용차 점거농성이 폭력과 방화, 파괴 등으로 극히 위험한 상황임을 외면한 채 '무도한 공권력'을 애써 부각시키려는 논법이다.
■그는 농성 노조원을 '경찰과 용역 깡패들이 폭력 진압을 시도하기 전에는 선제공격을 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호했다. 노조원들은 시너와 유류가 가득 찬 공장을 점거한 채 대형 새총을 쏘고 곳곳에 불을 질렀다. 아무리 회사측이 부당하더라도, 살상무기와 방화수단을 미리 갖춘 농성은 마냥 용인할 수 없는 불법 행위이다. 이런 불법과 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경찰의 진압과 노조의 저항을 나란히 놓고 '선제공격'을 논하는 것은 법 원칙과 사리에 크게 어긋난다. 노동자를 위한 정당이라도 공공의 안전과 법질서를 위협하는 불법을 무작정 감싸는 것은 잘못이다. 또 어리석다. 사회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제도권 정당과 언론까지 잡다한 사회세력과 뒤섞여 '반독재 투쟁'을 외치는 현실이다. 이 와중에 진보신당이 쌍용차 노조를 전투적 언행으로 지원하는 것은 언뜻 당연하다. 그걸로 당과 노 대표의 입지를 넓힐 수 있다고 믿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실망스럽다. 그가 진실로 평화적 사태 해결을 바랐다면, 흔해빠진 선동과 단식농성보다는 노사 타협과 공권력의 자제를 호소하며 중재를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이는 게 훨씬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엉뚱한 기대인 듯하지만, 그게 '정치인 노회찬'이 다시 서는 지혜라고 본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