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풍남동 한옥마을의 600살 은행나무가 뒤늦게 자식을 얻은 사실이 밝혀졌다.
6일 전주시에 따르면 국립 산림과학원이 이 은행나무와 뿌리 근처에서 자라난 5년생 은행나무의 DNA를 검사한 결과 유전자가 일치해 친자식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생명을 다한 천연기념물의 후계목을 선정하기 위한 나무 유전자 분석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이번처럼 살아있는 나무의 친자 관계 확인을 위해 유전자 검사를 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전통가옥 700여채가 들어선 풍남동 한옥마을의 상징인 이 은행나무는 높이 16m, 둘레 4.5m로 고려 우왕 9년(1383년)에 학자 최담이 심었다고 전해진다. 2005년부터 이 은행나무 뿌리 근처에서 어린 나무 자라기 시작해 현재 키 6m, 둘레 8㎝까지 성장했다.
전주시는 다른 은행나무 씨앗이 날아와 이곳에서 자랐을 수도 있어 지난 6월 검사를 의뢰했다. 산림과학원은 두 나무의 잎과 주변 다른 은행나무 5그루의 잎에서 DNA를 추출해 친자감별용 유전자 지문분석을 통해 두 나무의 유전형질이 완벽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씨앗에 의한 발아가 아니고 노거수의 뿌리에서 직접 돋아난 '맹아묘'로 최종 판정했다.
산림과학원 유전자분석팀 홍용표 박사는 "노거수의 뿌리에서 어린 나무가 태어난 것은 매우 드문 경우로 늙은 은행나무가 회춘(回春)한 셈"이라며 "노거수가 수명을 다하더라도 전통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주=최수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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