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술집 이자카야(居酒屋)를 비롯해 덮밥전문점, 패밀리 레스토랑, 라면집 등 일본 외식 체인점의 아시아 진출이 거세다. 중국, 싱가포르 등 경제성장이 빠른 아시아 국가로 점포를 확대해 일본 내수시장의 실적 부진을 타개하겠다는 전략이다. '음식'을 통한 일본 문화 전파 효과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의 이자카야 체인점 와타미(和民)는 지난 달 21일 싱가포르 1호점을 개점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개점 이후 이 점포에는 밤낮 없이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이 줄을 섰고 새벽 3, 4시에도 손님이 점포의 절반 이상이다. 싱가포르에서는 5싱가포르달러(4,200원)면 점심 한끼 해결할 수 있지만 와타미는 이보다 3배 정도 비싼데도 성황이다.
싱가포르에는 지난해 말부터 이자카야 체인점 '쓰보하치', 이탈리안 체인점 '사이제리아', 일본 정식전문점 '오토야(大戶屋)' 등의 1호점 개점이 줄을 이었다. 올해 12월에는 라면전문점 '잇푸도(一風堂)'도 출점한다.
일본 외식 체인점들이 아시아 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것은 국내에서는 더 이상 이익 창출이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외식종합연구소 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외식시장은 전년 대비 0.5% 감소한 24조4,315억엔으로 정점이었던 1997년에 비하면 16%나 줄었다.
이에 따라 성장 속도가 빠른 중국과 동남아시아, 호주 등으로 대형 외식 체인점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 잇푸도는 향후 아시아 각국 진출을 노리고 말레이시아와 인접한 싱가포르에 면제조공장을 건설 중이다. 호주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와타미는 "2020~25년에 국내외 매출을 반반으로 만들 계획"이다.
한 전문가는 "아시아 각국의 경제상황은 외식 산업이 급성장한 30~35년 전 일본과 흡사하다"며 "인구도 많아 매력적인 시장임에 분명하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불황에 강한 저가 체인 식당 요시노야(吉野家)조차 4개월 연속 전년보다 실적이 줄었다. 하지만 중국이나 홍콩점은 "하루 점포를 찾는 사람 숫자가 일본의 1.5~2배"인데다 성장이 빠른 지역일수록 부동산 거래도 활발해 적당한 점포를 찾기 쉬운 것도 이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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