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치 하락으로 국제 금가격이 폭등하며 온스당 1,000달러에 근접하자, 금융위기에 대비하고 보유 외환의 운용 수익을 높이기 위해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세계금위원회(WGC)는 최근 각국 정부에 통보한 6월 말 현재 금 보유량 현황에서 한국의 금 보유량이 14.3톤으로 조사 대상 103개국 가운데 56위인 것으로 평가했다. 금 보유량 1위는 미국(8,133.5톤)으로 한국의 570배가량이었다.
세계금위원회는 평가보고서에서 "한국의 금 보유량은 1998년 외환 위기에 따른 전국적인 금 모으기 운동 덕분에 4톤이 더해져 총 14톤이 됐다"면서 "그 당시 250톤 정도가 모였지만 은행들이 금융위기 탈출을 위해 소모했으며 이 가운데 4톤만 남아 한은에 보유고로 추가됐다"고 밝혔다.
특히 6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금의 비중은 0.2%에 불과해 조사 대상국 평균 금 비중이 10.1%인 것과 비교해 무려 50배 이상 차이가 났다. 외환보유액 중 금의 비중이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조사 대상 103개국 가운데 홍콩ㆍ칠레(0.0%), 피지(0.1%) 정도 뿐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경제 규모에 비해 금 보유량이 너무 적다며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내 외환보유액의 65%가 달러화 표시 채권인데 금은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한 헤지 성격이 있고, 금융위기나 초(하이퍼)인플레이션 등 극단적 상황이 닥쳤을 때 대비하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을 관리하는 한은은 향후 금매입 가능성에 대해 '노 코멘트'를 고수하고 있다. 금을 더 산다고 말할 경우 국제적인 달러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
다만 금은 보유해 봤자 이자를 받지 않는 무수익 자산이고 유동성도 떨어지며 가격 변동이 지나치게 커 위험도 높다고 지적했다. 한은 관계자는 여태까지 금을 사지 않은 이유에 대해 "채권과 달리 가격 변동 위험은 큰데 이자는 없기 때문"이라면서 "외환보유액은 안정성이 중요한데, 자산을 자주 팔고 사는 식으로 공격적으로 운용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해외의 최근 움직임은 엇갈린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과거 금본위제 당시 금을 많이 쌓아 놓았으나 1990년대 들어와서는 오히려 금을 계속 팔기 시작했다.
반면 중국과 중동 국가, 러시아 등은 금 보유량을 늘렸다. 특히 중국은 2003년 600톤이었던 금 보유량을 6년 동안 454톤이나 늘렸는데, 리롄중(李連仲) 중국 공산당 중앙정책연구소 경제국장은 최근 "아직도 외환보유액 중 금 비중이 1.6%로 매우 작다"며 "중국이 외환 운용자산으로 금이나 천연자원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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